[논평]
“2인 방통위는 위법”,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어제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가 2인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의결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방통위 2인 체제의 불법성을 명확하게 선언한 것이다.
그간 윤석열 정부와 방통위는 ‘재적위원’의 사전적 의미를 강조하여 현 재적위원 2인의 전원 찬성으로 의결하면 아무런 절차적 위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형식논리를 내세워 YTN 최대주주 변경,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 중대한 심의, 의결 사항을 2인 체제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해석은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과 법령 체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철퇴를 가했다. 법률이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헤아려 입법목적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법의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극히 타당하고, 상식적인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가 판단한 건 단지 2인이냐 3인이냐, 의결 가능한 숫자(의결정족수)만이 아니다. 법원은 ‘방통위 의사결정의 절차적 하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합의제 방식’을 꼽았다. “합의제 행정기관은 전문성을 지닌 다수 구성원들이 서로 의견 교환과 설득을 통해 의사를 형성하는 토론의 장을 여는 것을 그 본질로 한다.” 따라서 “외형상으로는 법령에서 정한 절차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상 그 절차가 합의제 행정기관의 존재 의의를 무의미하게 할 정도로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판단에 대한 존중의 기초가 유지되기” 어렵다.
이에 따르면 83명의 후보자를 불과 1시간 반 만에 심사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절차적 하자가 명백하다. 또한, 신청서를 접수한지 단 하루 만에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13일 만에 심사를 마친 YTN 최대주주 변경 절차도 위법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대화와 숙의, 합의라는 방통위법 입법목적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모두 다 원천무효다.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현행 방통위에 대한 사망선고다. 야당이 협력하지 않는 방통위는 아무 결정도 내릴 수 없고, 주요 기능의 마비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불법적인 운영을 포기하고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려 방통위를 정상화해야 한다.
유일한 해법은 ‘합의제 기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방통위를 불법적인 2인 체제로 운영한 데 사과하고, 야당의 의사를 반영해 방통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 한동훈, 이재명 대표에게도 바란다. 방송통신계가 공히 신뢰할 수 있는 인사를 국회몫으로 합의하여 추천하라. 여야는 정치적 대리인을 보내 방통위를 정파적 싸움터로 만드는 어리석은 결정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2인 체제’ 방통위가 남긴 위법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전문가, 방통위를 합의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민주적인 인사를 뽑아야 한다.
KBS 이사회는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2인 체제가 선임한 여권추천 이사만으로 새 사장을 뽑는 건 불법에 불법을 쌓는 일이다. KBS를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여기서 절차를 멈추고 국회 입법을 기다려야 한다.
여야는 국회의장이 제안한 ‘방송법 범국민협의체’를 수용해 즉각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숫자로 밀어붙이는 악순환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그건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공멸의 길이다. 협의(체)를 통해 합의하는 것 말고는 상생의 출구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방송장악은 실패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방송장악을 넘어 방송통신을 붕괴시킨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끝)
2024년 10월 18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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