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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대통령 풍자도 검열하는 방통심의위

by PCMR 2024. 2. 23.

[논평]

대통령 풍자도 검열하는 방통심의위

: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접속 차단 조치에 대하여

 

윤석열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후퇴할 것인가. 방통심의위가 결국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에 대해 삭제를 의결했다.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모조리 명예훼손이고, 풍자도 불가하다는 말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오늘(23) 임시회의를 열어 SNS에서 확산 중인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에 대해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8조인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적용했다. 해당 조항은 그동안 조문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며, 정부에 비판적인 게시물을 삭제하는 데 활용되면서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8조인가라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은 제목에도 가상으로 꾸며본이라고 적시된 만큼 풍자로 봐야 한다. 해당 콘텐츠를 본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라고 믿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지난해에 업로드 된 영상이라는 점에서 삭제의 시급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임시회의까지 열어 해당 영상에 대해 심의를 개시하는 등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보은이자, ‘충성경쟁이며, ‘심기경호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문제는 방통심의위가 해당 풍자 영상을 삭제하면서 발생할 파장이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모든 이 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밈이란 무엇인가. 실제 존재하는 이미지나 영상 등 콘텐츠를 편집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허위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 밈의 대상은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공인이나 유명인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을 풍자한 영상에 단지 정부 비판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만으로 검열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공인에 대한 비판을 폭넓게 허용한다는 표현의 자유원칙에 어긋난다.

 

언론연대는 무엇보다 방통심의위의 비겁한 꼼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해당 영상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불법정보)에 해당한다고 이첩한 바 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8를 적용해 불법정보가 아닌 유해정보로 게시물을 차단했다. 대통령과 같은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제3자의 심의 신청이나 직권심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심의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8를 무리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사회 표현의 자유는 눈에 띄게 후퇴하고 있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압수수색과 고소·고발이 남발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정부에 불편한 언론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하는 등 무리한 심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회의원에 이어 카이스트 졸업생, 소아청소년과 의사까지 정부에 쓴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입부터 막혀 행사장에서 끌려 나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입틀막 정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에 대한 삭제는 그 심각성을 더한다. 정부의 표현의 자유 침해가 비판적인 언론을 넘어서 일반 시민들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감시사회, 검열의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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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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