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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쿠팡, 자사에 불리한 보도한 기자·PD는 블랙리스트?

by PCMR 2024. 2. 15.


[
논평]

쿠팡, 자사에 불리한 보도한 기자·PD는 블랙리스트?

 

쿠팡이 블랙리스트를 운영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뜨겁다. 단순히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자사에 불리한 보도를 한 기자와 PD들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다. 쿠팡이 이를 보도한 MBC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건 더 큰 문제다. 쿠팡의 천박한 언론관을 규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3, MBC <뉴스데스크>에서 쿠팡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엑셀 문서 파일을 입수, 연속보도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쿠팡이 20179월부터 물류센터를 거쳐 간 노동자 16,450명의 실명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담긴 ‘PNG 리스트를 만들어 운영해왔다는 게 보도의 골자다. 이 명단에 오른 이들은 쿠팡에서 재계약을 하거나 재취업을 하는데 불이익을 받았다는 게 MBC의 설명이다. 해당 리스트에는 노동조합 활동을 한 조합원 20명이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명백한 노동탄압 정황의 꼬리가 잡힌 것이다. 쿠팡대책위는 쿠팡의 지시와 관리에 순종하는 이들만 채용하고 관리하겠다는 목적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블랙리스트 피해자들과 함께 집단 고소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자 쿠팡 측은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는 회사의 고유권한이라며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또한 MBC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을 포함해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시 언론에 대한 겁박부터 들고 나왔다. 자사에 불편한 취재와 보도에 대해서는 응징하겠다는 식이 그것이다. 이 같은 쿠팡의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20212, 자사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고발한 기자 및 언론사를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빚었던 곳이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그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쿠팡의 노동환경은 관리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화장실을 갈 수 있다고 알려진 만큼 열악하기로 유명했다. 그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목천물류센터 식당에서 일하던 30대 조리사가 청소를 하다 사망했는데, 당시 유독 물질인 클로로포름이 기준치의 3배가 넘는 혼합 용액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칠곡물류센터에서 심야노동을 마치고 집에서 숨진 장덕준 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과로사를 인정받았다. 쿠팡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부천물류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알고보니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마다 쿠팡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쿠팡이 선택한 것은 사과와 재발방지가 아닌 블랙리스트운영 그리고 언론차단이었다. 쿠팡을 비판하는 취재·보도에 나선 언론사와 기자를 향한 손해배상청구가 그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블랙리스트를 통해 언론을 관리해왔던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해왔던 기자·PD들의 이름 뒤에는 허위사실 유포라고 적혀 있었다.

 

비탄스러운 일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새벽배송)’ 등을 내세우며 국내 택배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다. 쿠팡플레이를 통한 OTT업계에 진출한 상태다. 기업 규모가 커지는 만큼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자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그대로 두고 논란만 차단하겠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된다. 그 당연한 이치를 보여준 것이 MBC 보도이다. 쿠팡이 정작 해야 할 일은 언론을 겁박하는 게 아니라,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이다. 쿠팡이 입으로만 말하는 안전한 작업장은 그래야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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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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