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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이재명 정부의 ‘할 말 하는’ 외교, 그렇지 못한 여권제도

by PCMR 2026. 5. 22.

(사진=플랫폼C)


[논평] 

이재명 정부의 ‘할 말 하는’ 외교, 그렇지 못한 여권제도

: 이스라엘의 평화 활동가들에 대한 석방에 부쳐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알리기 위해 팔레스타인으로 항해하던 도중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됐던 평화 활동가들이 석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할 말 하는’ 외교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이제는 그에 준하는 여권에 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21일 청와대 강유정 수석 대변인은 “이스라엘 측이 억류된 한국 국민 2명을 구금 시설을 거치지 않고 즉시 추방했다”면서 “국제 인권 문제와 국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원칙적이고 책임 있는 대응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이 나포된 활동가들을 석방한 데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선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자원봉사로 가겠다는 제3국 선박을 지금 나포하고 체포해 감금을 했다는데 이게 타당한 일이냐”면서 “(그곳이) 이스라엘 영해냐”면서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행보를 비판한 바 있다. 

 

사실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반복돼 왔던 양상이 있었다. 위성락 안보실장이 이스라엘에 나포된 해초 활동가를 거론하며 “지난번에도 가자 지역은 입국 금지 지역이니 입국하지 말라 했는데…”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달랐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곧바로 나포된 활동가들을 석방하면서 평화 활동가들을 향한 여론도 달라졌다. 비난 대신 그들이 왜 가자지구를 향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오늘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해초 활동가의 앞날은 예상 가능하다. 형사처벌. 다른 평화 활동가들 역시 여권 효력 정지와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는 「여권법」에 의해 방문·체류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해초 활동가는 지난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싣고 항해에 나섰다가 외교부로부터 여권 효력이 무기한 정지된 바 있다. 이에 해초 활동가 측은 외교부를 상대로 ‘여권 반납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오히려 외교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경우에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기각했다. 한국 사회의 뼈 아픈 현주소다. 

 

가자지구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이 집단을 파괴할 의도로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대량학살)를 자행했다고 규정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에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유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또한 이스라엘에 인도주의 지원 확대 및 라파 지역 군사 작전 중단 등을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 사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극심한 ‘기근’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해초 활동가를 비롯한 국제사회 평화 활동가들이 가자지구를 향해 바다를 건너게 된 까닭이다. 

 

언론인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취재차 들어갔다가 「여권법」 위반으로 약식명령(벌금 500만원)을 받았던 장진영 사진작가의 형사재판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현행 「여권법」은 제17조(여권의 사용제한 등)에 따라 외교부 장관에 여권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취재·보도를 위한 언론인들은 별도의 방문체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권법」이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 대한 사실상의 허가제로 기능해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달라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맞게 ‘할 말 하는’ 외교로 이동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그에 걸맞는 여권제도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해초 활동가의 귀국과 동시에 여권제도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물론, 천재지변이나 전쟁, 내란, 폭동, 테러가 발생하는 곳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정부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 정부의 시각이 국제무대로 확장될 때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할 주제, 바로 여권제도이다. 


5월 22일
미디어사회운동센터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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