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방미심위, 표현의 자유 위한 최소규제 원칙 구현해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미심위)가 출범 5개월 만에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섰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기구의 명칭뿐, 권한 구조와 규제 체계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 오히려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화하고, 위원회 직무를 확대하면서 문제는 악화됐다.
방미심위의 전신인 방심위는 민간 독립기구를 자임해 왔으나,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이를 행정기관으로 보고 그 결정을 행정처분으로 판단해 왔다. 그럼에도 국회는 내용 심의 기준을 마련하는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구조를 방치했고, 이는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졌다. 이 같은 문제는 방미심위 출범 이후에도 그대로다.
이 구조적 문제가 방미심위에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내용 규제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심의 범위를 필요 최소한으로 줄이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방미심위 역시 법률 개정과 별개로, 심의 기준의 모호성과 자의적 운용의 위험을 직시하고 최소규제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정치적 독립성 확보다. 국회는 방미심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심의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인사청문 및 탄핵 절차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는 심의기구가 정치권력에 더욱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실의 국무회의 업무보고 지시 논란,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여당의 대통령 관련 방송에 대한 노골적인 제재 요청 등은 그 위험이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방미심위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운영 원칙을 확립하고, 합의제 정신을 준수함으로써 국가기구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둘째, 공정성 심의를 중단해야 한다. 공정성 심의는 개념의 추상성과 주관성으로 인해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며, 실제로 정권 비판적 보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 특히 선거 시기나 정치적 쟁점 보도에 사후적으로 적용되면서 비판적 보도를 위축시켰다. 현재 국회에서 방송법상 공정성 심의 조항의 폐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방미심위는 해당 조항의 적용을 사실상 중단하는 수준으로 자제해야 한다.
셋째,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관련 조항을 매우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혐오표현을 불법정보 범주에 포함했다. 이는 방미심위의 심의 권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방미통위 설치법의 포괄적 목적 조항과 결합해 허위조작정보를 심의할 경우, 합법적 표현 영역까지 심의가 확장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언론사 보도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인터넷 언론에 대한 규제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가 허위조작정보 및 인터넷 기사를 방미심위의 심의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입법 취지를 밝힌 만큼, 방미심위 역시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아가 향후 위원회 구성이 바뀌더라도 입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혐오표현 심의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차별금지법 등 일반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할 경우 표현의 자유 위축은 불가피하다. 제도가 오용되면 보호받아야 할 소수자의 표현마저 제한하는 도구로 전도될 수 있다. 따라서 방미심위는 심의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사전에 공개하고 사회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법안 개정 과정에서 결여된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복원도 선행되어야 한다.
넷째, 분쟁조정 권한의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개정법은 기존의 명예훼손 분쟁조정부를 분쟁조정부로 개편하며 방미심위의 분쟁조정 권한을 확대했다. 그러나 사건을 직접 처리할지 분쟁조정부에 의뢰할지를 위원회 재량에 맡긴 임의 규정은 역할과 권한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행정기관이 심의와 분쟁조정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경우 행정 판단과 분쟁 해결의 구분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언론중재위원회,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등 기존 분쟁조정 기구와의 역할 분담과 관할 경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입법이 이루어진 점도 해소되지 않은 과제다.
방미심위는 행정규제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광범위한 국가 개입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심의는 해악이 명백하고 중대한 불법정보에 한정되어야 하며, 방송 보도의 저널리즘 윤리나 인터넷 콘텐츠의 유해성 판단은 자율영역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의 절차 역시 전문성을 갖춘 체계와 게시자 권리 보장 등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심의제도는 표현을 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일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갖는다. 최소규제 원칙의 구현은 방미심위가 공적 신뢰를 얻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방미심위는 기존 체제의 한계를 반복할 것인지,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방미심위가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이루는 심의 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하며, 그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끝)
2026년 4월 2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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