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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방심위는 심의를 빙자한 동성애 혐오폭력을 중단하라

by PCMR 201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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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방심위는 심의를 빙자한 동성애 혐오폭력을 중단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내일(23) ‘청소년 동성애 키스장면을 방송한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을 최종 심의한다. 이에 앞서 열린 방송소위에서 다수 위원이 법정제재 의견을 밝혀 중징계가 예상된다. 만약 내일 전체회의에서 중징계가 결정된다면 이번 심의는 방심위 출범 이래 가장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방심위는 지난 2013tvN 드라마 <몬스터>, 그리고 현재 SBS에서 방영중인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나온 청소년 키스신에 대해 의견제시를 결정한 바 있다. 같은 잣대라면 <선암여고 탐정단>의견제시가 나와야 맞다. 그런데 현재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다수 의견은 경고. 경고는 의견제시보다 4단계나 높은 중징계이다. 결국 방심위가 징계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동성애인 것이다.

 

방송법이 요구하는 것은 동성애징계가 아니라 차별금지

 

그렇다면 우리 방송법과 심의규정은 동성애표현을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관련법 어디에도 동성애를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도리어 방송법은 차별금지를 공정성과 공익성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방송법 제6) 나아가 방송사에게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적(性的)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방심위가 적용한 심의규정은 총 5가지다. <선암여고 탐정단>25(윤리성) , 27(품위유지) 5, 28(건전성), 35(성표현) , 43(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 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해당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따져보자.

 

윤리성 적용은 자의적 판단에 따른 과잉위법심의

 

방심위는 동성애가 비윤리적이며 부도덕하다고 주장한다. 동성애에 대한 견해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방심위는 행정기구다. 행정처분을 내릴 때는 반드시 법령에 근거해야 한다. 앞서 확인했듯이 방송법은 동성애윤리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법령이 명령하는 것은 차별금지. 방심위는 동성애의 윤리성을 토론하는 장이 아니다. 더욱이 동성애의 윤리성은 방심위원 9명이 다수결로 정할 수 있는 성질의 사안도 아니다. 25(윤리성)의 적용은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과잉심의이자, 법률의 목적에 위배되는 위법심의다.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라는 방심위의 자기 고백

 

방심위가 제27(품위유지) 5호를 적용한 것은 이번 심의의 폭력적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해당 조항은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는 표현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앞에 1~4호에서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는 구체적인 행위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막말, 욕설, 성기, 음모의 노출, 생리작용, 과도한 외설적 표현 등이 이에 해당한다. , 방심위는 여기에 동성애가 포함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방심위는 동성애를 혐오한다’(호모포비아)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음란퇴폐는 성적지향과 관련 없다

 

건전성 적용도 마찬가지다. 28조는 음란, 퇴폐, 마약, 음주, 흡연, 미신, 사행행위, 허례허식, 사치 및 낭비풍조 등의 내용을 불건전행위로 제시하고 있다. 방심위가 동성애를 음란 또는 퇴폐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음란퇴폐 여부는 성표현의 수위와 관련된 것이지 성적(性的)지향과는 무관한 것이다. 키스가 음란한가? 동성간 키스가 음란하다면 이성간 키스도 음란이다. 동성간 키스만 중징계 대상이라면 그게 바로 성적(性的)지향에 따른 차별이다.

 

동성애가 엽기적 불륜행각보다 부도덕한가?

 

35(성표현) 항은 부도덕하거나 건전치 못한 남녀관계를 적시하고 있는데, 주로 불륜소재에 적용하는 것이다. 최근 적용사례는 MBC 드라마 <폭풍의 여자>였다. ‘스릴을 즐기기 위해 불륜현장에 남자의 부인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 잠든 부인을 거실에 남겨둔 채 방 안에 숨어 있던 불륜남과 장시간 키스와 애무를 나누는 장면등이 징계사유가 됐다. 제재수위는 주의<선암여고 탐정단>보다 낮다. 비교하면, 사랑하는 연인의 입맞춤이 불륜남녀의 엽기적 애정행각보다 더 부도덕하고 불건전하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성표현 항과 43(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 항은 유사사례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 동의하기 어렵지만 방심위는 그간 청소년 키스장면에 대해 행정지도를 내려왔다. 이런 선례를 따른다 해도 <선암여고 탐정단> 역시 의견제시가 나와야 맞다.

 

동성애 키스신징계는 심의를 빙자한 혐오폭력이다

 

<선암여고 탐정단>10대 동성애 커플이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겪는 아픔을 통해 청소년 동성애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그려낸 드라마다. 방심위로부터 징계를 받아야 할 어떠한 이유도, 법률적 근거도 없다. 방심위는 법이 정한 권한을 넘어서는 과잉심의, 방송법의 기본정신에 반하는 위법심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중징계 결정은 심의를 빙자한 혐오폭력일 뿐이다.

 

함귀용고대석 등 혐오발언, 인권위에 진정 접수할 것

 

언론연대는 지난 회의에서 심의위원들이 내뱉은 혐오발언에 주목한다. 함귀용 위원은 성소수자는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혐오감을 느꼈다고도 밝혔다. “동성애는 부도덕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고대석 위원 역시 청소년 동성애는 문제가 있다.”, “동성애를 굳이 소재를 써야 했나. 그런 걸(동성애를) 권장하거나 조장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모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에 해당한다.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행정기구의 공식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내일 회의에서도 이런 혐오발언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언론연대는 내일 전체회의까지 혐오발언들을 모아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할 것이다.

 

인권보도준칙도 심의규정 위반인가?

 

방심위의 동성애 혐오는 언론계가 경주해온 소수자 존중, 인권확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다. 지난 2011년 한국기자협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인권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인권보도준칙>언론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하며,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적 병리현상과 연결 짓지 말아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나아가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나 성적 취향등 잘못된 개념의 용어, 성적 소수자를 정신질환이나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묘사하는 행위, 성적 소수자가 잘못되고 타락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담은 표현 등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역시 성적 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편견을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방심위의 중징계 시도는 언론현장에서 만든 이런 <가이드라인><보도준칙>들이 모두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과연 그렇단 말인가?

 

동성애징계가 아니라 방심위 인권교육이 절실하다

 

지금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방심위원에 대한 인권교육으로 보인다. 언론연대는 내일 방심위의 결정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15422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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