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법원,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 장진영 사진작가에 벌금 500만원 선고
장진영 사진작가 “분쟁지역이 위험하다고 외교부가 ‘판단’하고 ‘금지’하고 ‘허가’하는 지금의 제도는 문제”
법률대리인 김보라미 변호사, “위헌소청 및 1심판결에 대한 항소 진행할 것”
○ 우리나라 최초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했으나 「여권법」 위반으로 형사재판을 받아왔던 장진영 사진작가에 대해 법원이 검찰의 구형대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위헌법률심판제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형사제8단독, 판사 배다헌)은 오늘(12일) 장진영 사진작가의 「여권법」 위반 사건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외교부가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하겠다고 고지했음에도 피고인(장진영)은 신청도 하지 않았다”면서 “분쟁 등으로 인한 신변 이상으로 인한 피해가 중대해 우크라이나 취재 자유가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다. 전쟁이 격화됐던 상황을 비춰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법익의 균형성과 보충성 등이 인정될 수 없다”고 정당행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양형에 대해서도 “여권사용을 제한하는 목적에 비춰보더라도 벌금형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4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장진영 작가 측은 항소 및 헌법소원하겠다고 밝혔다.
○ 장진영 작가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록하기 위해 3월 초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보름 가량 취재를 마치고 귀국했다. 그후, 장 작가의 사진은 시사IN과 워커스 등을 통해 독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당시 외교부는 「여권법」 제17조(여권의 사용제한 등)에 의해 우크라이나를 방문·체류 금지 국가로 지정한 상태였다. 이에 검찰은 장 작가에게 「여권법」을 위반했다면서 약식명령으로 벌금 500만원을 내렸다.
○ 장진영 작가는 불복했다. 현행 「여권법」 제17조는 외교부 장관으로 하여금 전쟁과 내란 등이 발생한 국가나 지역에 방문·체류를 뚜렷한 법적 근거와 절차없이 폭넓게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언론인들 역시 허가를 통해서만 취재와 보도가 가능해, 사실상 「대한민국헌법」 제21조가 금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허가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문제제기였다. 실제 「여권법」 제17조는 타국에서 벌어진 전쟁과 내란에 대한 언론인의 접근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비판이 컸다. 한국 언론의 시각에서 전쟁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저널리즘 기능의 상실이라는 지적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고 해외 언론인들은 곧바로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역에 들어가 전쟁의 참상을 취재해 보도했다. 반면, 우리나라 언론인들은 외교부의 허가가 떨어지고 난 3월 18일에서야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마저도 외교부를 출입하는 언론사에 한정해 키이우가 아닌 전쟁이 벌어진 곳에서 멀리 떨어진 체르니우치州에, 방문기간 3일 이내, 방문인원 4명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장진영 사진작가와 같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나 소규모 독립언론매체 소속 언론인은 처음부터 배제된 결정이었다.
○ 장진영 작가의 「여권법」 위반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는 국내외로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는 “장진영 사진작가와 관련된 처분 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언론의 자유를 저해하지 않도록 입법자들이 지체 없이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인 Media Defence는 장진영 작가의 소송 및 활동에 대해 지원(GBP 3,000)을 승인하는 등 지지와 연대를 보낸 바 있다.
○ 이날 1심 판결 후 장진영 사진작가는 “외교부의 허가를 얻어야만 취재를 할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안전이란 보호막이 취재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목줄이란 것을 외교부 관계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안전을 위해 경찰에게 강력범을 체포하지 말라고 하거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관에게 화재진압을 하지 말라고 하지 않듯이, 분쟁지역이 위험하다고 외교부가 ‘판단’하고 ‘금지’하고 ‘허가’하는 지금의 제도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률대리인 김보라미 변호사는 “즉시 위헌소청 및 1심판결에 대한 항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미디어운동센터WA는 재판부가 여권법상 취재 허가제의 위헌성을 인정하지 않고 장진영 사진작가에게 형사책임을 물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전쟁·분쟁지역 취재를 정부 허가에 묶는 여권법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해왔으며, 그 결과 한국 언론의 분쟁지역 취재 역량과 기반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장진영 사진작가와 법률대리인과 함께 항소와 헌법소원 등 후속 법적 대응을 이어가며, 분쟁지역 취재를 가로막는 여권법상 취재 허가제의 위헌성을 끝까지 다투겠다고 밝혔다.
8월 12일
미디어사회운동센터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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