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요금, 왜 나라마다 다른 거야?
김동원(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올해 1월 25일 넷플릭스의 월정액이 대폭 인상됐습니다. 2개 계정을 쓸 수 있는 스탠다드 서비스는 2022년 이후 $15.49를 3년 동안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17.99로 다른 서비스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4K 고화질에 4개 계정을 쓸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는 2022년 $19.99에서 2023년 하반기 가장 큰 폭인 $22.99로 인상했고 이번에는 $24.99로 또 다시 인상했습니다. 넷플릭스 출범 이후 미국 요금의 서비스별 자세한 요금 인상 기록은 여기를 보시면 됩니다.
미국 가입자 입장에서는 정말로 어마어마한 요금 인상입니다. 12년 동안 두 배를 훌쩍 넘거나 가까이 인상되었으니까요. 게다가 물가인상률보다 3~4배나 높게 올랐는데 휴대폰 요금이나 인터넷 요금도 이 정도로 올랐는지 궁금합니다.
나라마다 다른 넷플릭스 요금
이미 아실지 모르지만 넷플릭스 요금은 국가마다 다르게 책정됩니다. 한국에 넷플릭스가 진출한 2016년과 2025년 요금을 미국 요금과 한국 요금을 비교해서 살펴보겠습니다.(한국 요금의 달러표기는 2016년 12월말 환율과 2025년 3월 25일 기준 환율을 적용했습니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2025년 1월까지 요금 변동을 보면 2개 계정의 스탠다드는 12,000원에서 6,500원이 오른 18,500원으로, 4개 계정의 프리미엄은 17,000원에서 10,000원이 오른 27,000원으로 인상되었습니다. 달러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미국보다 비교적 싼 요금을 적용받습니다. 하지만 약 9년 동안 54~55% 폭으로 요금이 인상되고 물가상승률 대비 3배에 가깝게 오른 서비스는 국내에 많지 않습니다. 물론 인상 전에 넷플릭스는 광고를 함께 보는 저가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이는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미끼 상품일 뿐 스탠다드나 프리미엄 가입자가 이 서비스로 얼마나 전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런데 2025년 3월 기준 일본 넷플릭스 요금은 스탠다드 1,590엔($10.56), 프리미엄 2,290엔($15.21)으로 한국보다 약간 저렴한 편입니다. 요금 차이 때문에 어떤 분들은 VPN을 통해 더 싼 요금을 적용받는 국가로 우회하여 넷플릭스를 구독하기도 합니다. 나라마다 요금만 다른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콘텐츠 편수도 다릅니다. 에피소드 몇 개가 묶인 콘텐츠 한 편의 총 개수를 라이브러리(library)라고 합니다. 2024년 기준 라이브러리 규모 하위 5개국과 상위 5개국의 요금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위 표를 보면 궁금증이 생깁니다. 라이브러리 사이즈가 클 수록 요금이 비싼 것도 아니니까요. 6,176편을 제공하는 UAE 넷플릭스의 스탠다드 요금은 $13.34인데, $12.43으로 이보다 적게 내는 라트비아나 리투아니아의 라이브러리는 8,800편에 달합니다.
넷플릭스 요금은 어떻게 책정되나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 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4분기 넷플릭스는 글로벌 요금 인상 전 몇 달 동안 1,9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습니다. 이는 창사 이래 분기당 가장 높은 가입 실적이며, 전 세계 가입자는 2024년 말 약 3억 명에 도달했습니다. 게다가 영업 이익도 역대 최대인 10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넷플릭스가 상당한 실적에도 요금을 대폭 인상한 이유로는 콘텐츠 제작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별 라이브러리 규모와 요금을 보면 내가 사는 나라에서 넷플릭스 요금을 더 낸다고 볼 만한 콘텐츠가 늘어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넷플릭스가 요금을 인상할 때 마다 정부에서는 독과점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나섰습니다. 2023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유튜브 등 글로벌 OTT의 요금 실태조사를 하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가,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 중점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는 지금까지도 감감 무소식입니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독과점 규제는 <플랫폼 공정거래촉진법>으로 넷플릭스 뿐 아니라 멜론, 쿠팡, 네이버까지 매우 넓은 범위의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규제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는 빠지고 국내 사업자들만 적용받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형편이 이러니 정부는 넷플릭스의 요금 자체에 대한 규제는 하지 못하고 이용약관, 이용자 고지, 가입 해지의 불편함 등에 대한 조사만 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처럼 넷플릭스를 통해 K-콘텐츠의 인기에 환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넷플릭스의 묻지마 요금 인상도 참아줄 이유는 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나라별로 다른 서비스 요금을 책정하는지 넷플릭스에 물어볼 수는 없을까요?
참고자료
- 넷플릭스 관련 데이터: Datawrapper. compartitech
- “Netflix is raising prices again, as the standard plan goes up to $17.99”, The Verge, Jan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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