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삭제, 이유도 모른 채 사라졌다”
: 플랫폼의 불투명성과 시민사회의 대응
“갑자기 사라진 유튜브 채널, 이유는 ‘사기성, 현혹’?”
지난 3월과 4월에 걸쳐 국내 시민단체들의 유튜브 채널 여러 개가 하루아침에 삭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삭제 사유는 ‘사기성, 현혹, 스팸 등 약관 위반’. 하지만 실제 채널의 콘텐츠는 집회 현장 영상, 통일운동 관련 영상 등 사회운동의 기록물에 가까웠다. 이 사건을 접수해 채널 복원을 이끈 오픈넷 오경미 연구원을 만나 사건의 전말과 플랫폼 시대의 위험,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삭제 사유는 모두 똑같았다”
미디어후토크 : 일단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픈넷 오경미 :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여러 단체의 유튜브 채널이 갑자기 삭제됐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오픈넷이 과거 부당하게 삭제된 온라인 계정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준 사례를 보고 문의한 것 같아요. 삭제 사유는 모두 ‘사기성, 현혹, 스팸 등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이었습니다. 삭제 통보는 이메일로 왔고, 내용을 확인한 지 한두 시간 만에 채널이 사라졌습니다. 안내에 따라 이의제기를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죠.
미디어후토크 : 단체 계정의 콘텐츠가 약관을 위반하였나요?
오픈넷 오경미 : 전혀요. 대부분 집회 영상, 통일운동 관련 영상이었어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채널도 있었고요. 탄핵 찬성 집회나 환호하는 장면 같은, 사회적 기록물들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조회수가 오르더니 통보가 왔고, 바로 삭제됐어요.
“집단 신고, 인공지능의 오판?”
미디어후토크 :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오픈넷 오경미 : 저희가 짐작하기로는, 누군가 조직적으로 집단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삭제된 채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탄핵 국면 당시, 탄핵 찬성 집회 장면이나 탄핵 인용 후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의 조회수가 갑자기 급증한 직후 삭제 통보를 받았거든요. 유튜브 시스템이 단기간에 집중된 신고를 기계적으로 감지해 자동으로 채널을 삭제하고, 이후 이의제기 과정에서도 한국어 콘텐츠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검토자가 제대로 살피지 않고 기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요. 초국적 플랫폼 기업이 가진 한계인 것 같습니다.
미디어후토크 : 이의제기를 해도 복구가 안 됐다는 거군요.
오픈넷 오경미 : 네. 이의제기를 했지만 ‘정책 위반이 맞다’는 답변만 돌아왔어요. 왜 삭제됐는지, 누가 신고했는지, 어떤 절차로 결정됐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시민사회 네트워크의 힘으로 복구”
미디어후토크 :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오픈넷 오경미 : 저희가 동남아시아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SEA CPN(Southeast Asia Collaborative Policy Coalition)이라는, ‘콘텐츠 모더레이션’ 문제를 논의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구글 글로벌 정책팀과 교류도 있었고요. 이번에는 한국 이슈였지만, 이메일을 보내 상황을 설명했죠. 처음엔 답이 없었지만, 두 번째 메일에 복구가 이뤄졌어요.
미디어후토크 : 복구된 사유는 알려주었나요?
오픈넷 오경미 : ‘정책 위반이 아니라고 확인돼 복구한다’는 답변이 왔어요. 하지만 왜 처음에 삭제됐는지, 어떤 절차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죠.
“개인은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다”
미디어후토크 : 이런 일이 흔한가요? 일반 이용자라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요?
오픈넷 오경미 : 저희도 유튜브 채널이 이렇게 삭제된 건 처음 접했어요. SNS 계정 삭제는 종종 있었지만, 유튜브는 드문 사례죠. 문제는, 이런 일이 개인에게 일어나면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이의제기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끝이에요.
미디어후토크 :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픈넷 오경미 : 맞아요. 일반 이용자라면 상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이는 현재 플랫폼의 이용자 권리 보호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걸 보여줘요. 누가, 어떤 절차로 내 계정을 삭제했는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운영, 언어와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이의제기 절차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국적 플랫폼, 이용자 권리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
미디어후토크 : 유튜브 같은 초국적 플랫폼의 한계가 또 한 번 드러난 사건이네요.
오픈넷 오경미 : 네. 영어권이 아닌 국가, 소수 이용자는 언제든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신고 시스템이 악용될 수 있고, 인공지능과 사람이 제대로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억울한 피해가 반복될 수 있어요.
미디어후토크 :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오픈넷 오경미 : 이용자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공식적인 분쟁 해결 절차가 마련돼야 합니다. 플랫폼이 투명하게 결정 절차와 이유를 공개하고, 신속하게 이의제기를 처리해야 해요. 시민사회도 연대해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 | 김동찬(언론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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