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개탄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이동관, 김홍일에 이어 또다시 정치적 인물을 내세운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를 계속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인사이다. 방통위원장 인사 참사의 끝이 대체 어디인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방통위는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돼야 하며, 대통령은 규제 당국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지닌다. 그런 자리에 특보 출신, 선배 검사, 대선 캠프 출신 인사를 연거푸 지명한다는 건 방통위 설립 목적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측근 이사를 통해 미디어 정책에 개입하고, 방송을 지배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이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을 해소할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의 임명을 거부하고, 대통령이 선택한 인사들만 임명하는 방식으로 비정상적인 ‘2인 체제’를 초래하였다. 법원에 의해 잇따라 위법성을 지적받고 있는 ‘2인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회 다수당인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하여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도리어 야당이 이미 국회에서 추천을 거부하고,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인사를 지명한다는 건 방통위를 지금처럼 ‘내 맘대로 부리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앞으로도 방통위 파행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하필이면 과거 MBC 민영화를 모의하고, 공정방송 파업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이진숙 씨를 지명한 건 누가 보더라도 MBC를 겨냥한 위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선임을 두고 방송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입법논의를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방문진을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우고, MBC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자인한 꼴이다.
이동관, 김홍일에 이어 이진숙이라니. 이쯤 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방통위란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에게 방통위란 오로지 정치적 통제의 수단일 뿐인가. ‘이진숙’이란 세 글자는 방송에 대한 윤 대통령의 무지, 무능, 독선을 드러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이진숙 씨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끝)
2024년 7월 4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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