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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KBS 사장 선출을 둘러싼 소란을 바라보며

by PCMR 2023. 10. 11.


[
논평]

KBS 사장 선출을 둘러싼 소란을 바라보며

 

KBS 후임 사장 선출을 둘러싸고 볼썽사나운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가 공영방송 이사 자리를 꿰찬 것은 코미디의 정점을 보여준다. 어느 때보다 KBS의 앞날이 어둡다.

 

방송통신위원회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은 11일 회의를 열어 KBS 보궐 이사에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추천했다. 사실상 대통령실의 임명 절차만 남았다. 이동욱이라니. 한숨부터 나오는 이름이다.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왜곡된 시각으로 과거 KBS 이사 선임 당시 탈락한 인물이다. 방통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 중 4명이 그의 추천을 반대했다. 여권 추천 위원조차 반대했던 사람이다. 그랬던 인물이 2023KBS 이사 자리에 손쉽게 앉게 됐다.

 

KBS 보궐이사에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가 추천된 배경은 다른 게 아니다. KBS 사장 선출이 대통령실의 뜻대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KBS 사장 교체를 위해 감사원까지 동원해 가며 무리하게 여야 65의 구조까지 만들어 놓지 않았나. 그런데 KBS 이사회는 세 명의 후보 중 누구도 선출하지 못하고 회의를 종료해 버렸다. 누가 보더라도 공정성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여권 측 김종민 이사가 사장 선출 과정에 이견을 보이며 사퇴했다. 한 마디로 자중지란이다. 방통위 입장에서는 수적 우위를 위해 빠르게 KBS 보궐 이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 KBS 이사 후보를 제대로 검증했을 리 만무하다.

 

그 사이 KBS 사장 후보군에도 변화가 생겼다. KBS 사장 최종 후보였던 최재훈 씨가 사퇴한 것이다. 그렇게 KBS 사장 후보는 1인만이 남았다. 대통령실에서 일찌감치 KBS 사장으로 점찍었다던 바로 그분. KBS 사장 선출 과정은 그야말로 대통령실의 의중대로 짜 맞춰진 코미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그만큼 KBS 후임 사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대통령실의 입맛에 맞는 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KBS 사장 선출에 앞선 모든 국면이 그를 말해준다. 최근 사례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실이 추천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체제의 방통위에서 KBS 이사를 추천했다. 그러면 대통령실이 이사를 임명했다. 그렇게 임명된 KBS 이사들은 사장추천위원회를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배제했다. 그것도 한 차례 회의를 연기해 가며 그 과정에서 한 명의 후보가 사퇴해 그분만이 남았으니 말이다. 온 우주가 그의 사장 선임을 위해 움직이는 꼴이 아닌가.

 

이렇듯 KBS 사장 선출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이 볼썽사납기만 하다. 공영방송 이사가 그리고 사장이 저리 가벼운 자리였던가.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국 사회에 필요한 공영방송의 역할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건강한 토론은 실종됐다.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논하는 것은 사치가 돼버렸다. 그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추천과 임명 권한만 존재하며 검열과 통제, 장악의 목소리만 난무한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는 한국 사회 시스템이 망가진다는 점이다. 기관장으로서 본인의 역할보다는 대통령실로부터 주어진 임무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벌어지는 가짜뉴스논란만 봐도 그렇다. 이동관 위원장과 류희림 위원장은 기본적인 업무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가짜뉴스 때려잡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KBS 이사회에서 이동욱 월간조선 전 기자가 할 일, 그리고 결국 KBS 사장에 오를 그분이 수장이 될 KBS의 앞날이 걱정되는 이유다.

 

한국 사회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말마따나 방송계도 마찬가지다. 거리낌도 없다. 공영방송 임기제의 원칙도, 켜켜이 쌓여 있는 KBS 사장 및 언론기관장들의 부당해임 취소 판례도 무용지물이다. 윤석열 정부의 모든 행보에는 나중에 법원에서 뒤집히더라도 일단 밀어붙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윤석열 정부에 중요한 건 내 사람을 앉혀야 한다는 정략뿐이다. 한국 사회와 공영방송의 불행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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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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