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방통위의 네이버 조사, ‘포털 길들이기’ 위한 외압 아닌가
방송통신위원회가 네이버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네이버가 인위적으로 뉴스 검색결과에 개입하고 특정 언론사에 대해 차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엄정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변경’ 의혹은 국민의힘과 TV조선에 의해 제기됐다. 발단은 TV조선 보도였다. TV조선은 지난 6월 29일 <뉴스 인기도 알고리즘 변경 민주당 입김?>이란 단독보도를 통해 “민주당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알고리즘 공개 법안을 추진한 직후” 돌연 알고리즘을 변경해 언론사 인기도의 순위를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외압을 가하자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변경해, MBC는 상위권으로 조선일보(등 보수성향 언론사)는 하위권으로 순위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는 박성중 의원에게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TV조선이 제기한 의혹은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 TV조선은 네이버가 “언론사를 계열사별로 분리하고, 피인용 지수를 반영”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한 게 의도적 순위 조작이라고 한다. “그 결과 MBC는 상위권(6위→4위)으로, 조선일보는 하위권(2위→6위)으로 내려갔다”는 게 유일한 근거였다. 그러나 당시 네이버 언론사 인기도 순위 자료를 보면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만 순위가 떨어진 게 아니다. 한겨레는 2위에서 12위로, 경향신문도 8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 TV조선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보수언론 죽이기’가 터무니없는 주장이란 건 2022년 1월 발표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12명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제2차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는 TV조선의 주장과 달리 “언론사의 이념과 성향을 분류하여 우대하거나 제외하는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알고리즘검토위원회가 우려한 건 다른 데 있다.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이 기사량이 많은 대형 언론사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위원회는 “국내 언론 시장에서 온라인 이슈 대응 역량을 갖춘 대형 언론사들이 계열사를 비롯, 대체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가진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특정 이념 성향의 언론사가 더 많이 노출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아도 이용자 경험 차원에서는 특정 성향 언론사 노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네이버가 ‘보수언론 죽이기’를 했다는 주장하는 그 시기에도 알고리즘은 조선일보와 같은 언론사에 유리하게 작동했다는 걸 말한다.
네이버가 “언론사를 계열사별로 분리하고, 피인용 지수를 반영”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한 건 바로 이 문제, 언론사의 규모와 온라인 대응 역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뉴스 추천과 기사 노출에서 불이익을 받는 대안언론 및 지역 언론 등 뉴스 다양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 죽이기’라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조선NS 같은 자회사를 두고 커뮤니티 발 논란, 선정적인 성적이슈, 베껴 쓰기 기사를 쏟아내며, 포털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조선일보가 ‘보수언론 죽이기’ 운운하는 건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 엉터리 주장을 근거로 실태점검에 나선 것도 모자라 사실조사까지 착수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포털 길들이기’에 나선 거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따라 정부여당이 문제 삼는 기사와 콘텐츠를 제한하고, 삭제하도록 강요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의심된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변경’ 의혹이 아니라 ‘방통위 네이버 외압’ 의혹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끝)
2023년 10월 6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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