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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야구, 모두가 행복할까

by PCMR 2025. 8. 5.

 
 
 

1. 토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야구, 모두가 행복할까

 
연현진(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한국프로야구는 지금 분명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관중 1,000만 명을 돌파[1]했고, 올 시즌에도 7월 24일 기준 역대 최소 경기 수인 465경기 만에 누적 관중 800만 명을 돌파[2]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를 넘어선 문화 콘텐츠로서, KBO 리그의 위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의 이면에는 어김없이 그늘이 존재한다. 야구 인기가 다시금 달아오른 지난해부터 지상파 3사(KBS·MBC·SBS)는 리그 흥행에 발맞춰 주말 지상파 중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 중에서도 ‘토요일 낮 2시 경기’ 편성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리그 운영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KBO 정규 시즌의 기본 경기 시간(혹서기 기간 제외)은 평일 오후 6시 30분, 토요일 오후 5시,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2시로 고정돼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 낮 경기는 더운 시간대이긴 하지만 시즌 초부터 정해진 공식 일정이기 때문에 선수단과 팬 모두 이에 맞춰 루틴을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토요일 오후 5시 경기까지도 방송사 요청에 따라 예외적으로 오후 2시로 앞당겨진다는 점이다. 특히 KBS와 SBS는 토요일 낮 시간대에 고정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에 지상파 중계를 위해 경기 시간을 오후 2시로 조정하는 일이 잦다. (MBC는 토요일 오후 3시 15분에 <쇼! 음악중심>이 편성돼 있어 일요일 오후 2시에 경기를 중계한다.) 결국 토요일 경기 시작 시간은 리그 내부의 기준이나 리그 자체의 판단보다는 방송사에 의해 유동적으로 변경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수치[3]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3년에는 토요일 오후 2시 지상파 중계가 단 2회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9회, 2025년에는 4-5월에만 벌써 13회가 편성되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편성이 단순한 ‘시간 조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야구는 ‘루틴’의 스포츠

 

야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 ‘루틴’이 중요한 스포츠다. 경기력은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몸을 만들고, 멘탈을 정비하는 루틴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팀은 야간 경기(오후 6시 30분)를 기준으로 웜업 시간, 식사 시간, 회복 루틴, 숙면 주기를 맞춰 움직인다. 하지만 경기 시간이 오후 5시에서 2시로 앞당겨질 경우 선수들은 기상부터 식사, 몸풀기, 경기 준비까지 전 과정을 대폭 당겨야 하며, 이는 컨디션 난조나 집중력 저하, 심하면 부상 위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정팀에 쏠리는 지상파 편성

 
<2024년 팀별 토요일 오후 2시 지상파 중계 횟수>


<2025년(4월, 5월) 팀별 토요일 오후 2시 지상파 중계 횟수>

 

<2024년 팀별 토요일 오후 2시 지상파 중계 횟수>와 <2025년(4월, 5월) 팀별 토요일 오후 2시 지상파 중계 횟수>를 살펴보면 LG, KIA, 한화, 두산 등 일부 팀은 반복적으로 토요일 오후 2시 지상파 중계에 이름을 올린 반면 SSG, 키움, NC, 삼성의 경기는 비교적 적게 중계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후 2시 경기가 꼭 ‘혜택’만은 아닐 수 있다. 경기력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덤 확장, 구단 브랜딩, 홍보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지상파 중계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충분히 손해로 작용할 수 있다. 

 
끝나지 않은 경기, 먼저 끝난 중계

지상파는 기존에 편성된 프로그램을 방영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가 날씨로 인해 중단될 경우 중계가 일방적으로 종료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4월 19일 KBS2에서 중계된 LG-SSG 경기는 우천으로 인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결국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오후 6시 5분에 편성된 정규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방영을 위해 중계가 종료됐다. 이에 일부 팬들은 중요한 순간을 놓쳤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상파 중계는 필요하다

 

물론, 지상파 중계는 여전히 누구나 쉽게 야구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창구다. 케이블 시청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무료로 프로야구를 볼 수 있는 통로는 분명 필요하다. 방송사도 생존을 위해 광고 수익과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포스트시즌 대부분의 중계가 지상파에 집중되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현재는 혹서기 영향으로 지상파 요청에 따른 토요일 오후 2시 경기 편성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지만, 리그 흥행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9월 이후에는 다시 편성 요청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송사와 KBO, 구단 모두가 지금의 프로야구 인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경기력, 공정성, 팬들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반영되는 운영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1] ‘스포츠를 넘어 문화로’ 1천만 관중 돌파, 중계 누적 시청자 2.5억명
https://www.koreabaseball.com/MediaNews/Notice/View.aspx?bdSe=10205
[2] 2025 KBO 리그 역대 최소 경기 800만 관중 달성 및 역대 최다 매진 기록 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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