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KBS 여권 이사들은 경거망동하지 말라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는가. ‘방통위 2인 체제’에서 뽑힌 KBS 여권 이사들이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을 호선했다. 법원에서 거듭된 제동으로 어느 때보다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해야 할 때, 광폭 행보라니.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4일(어제), KBS 여권 이사(권순범·류현순·서기석·이건·이인철·허엽·황성욱)들이 임시 이사회를 열어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이사장으로 호선했다. KBS 여권 이사들은 누구인가.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2인 체제’에서 첫 출근 당일 면접 등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선임해 논란을 빚은 이들이다. 무엇보다 같은 날 방통위로부터 선임된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들의 임명은 효력이 법원에 정지가 된 바 있다. 그런데도 아무 거리낌 없는 그들의 행보가 놀랍기만 하다.
서울행정법원이 방문진 신임 이사들의 임명 효력을 정지시킨 이유 중 하나는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법원은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한 5인 상임위원을 전제하고 있다”며 “(정부 지명) 2인의 위원만으로 방통위에 부여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심의·의결 과정의 절차도 문제 삼았다. ‘합의제 기관의 의사형성에 관한 각 전제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본안 소송을 통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KBS 임시 이사회에 출석했던 여권 이사들이라고 다를까. 이진숙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임명 효력이 정지된’ 방문진 이사들과 같은 절차를 통해 선임되지 않았나. 법원의 판단만 없었을 뿐 그들의 임명 또한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말은 KBS이사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자격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무엇 때문에 이토록 서둘러 이사장을 선출했나. 결국, 본인들의 임명 효력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며 KBS 차기 사장 인사를 진두지휘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KBS 이사장으로 호선된 서기석 씨 또한 문제다. 공영방송 KBS의 공영성은 박민 사장 취임 이후로 급격히 후퇴했다. 정부에 불편한 뉴스는 물론이고 사회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도 후퇴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방영 예정이던 다큐멘터리 제작은 중단됐고,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채 상병 사망 관련 청문회는 생중계하지 않았다. 광복절 당일 국민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기미가요가 포함된 <나비부인>이 송출됐을 뿐 아니라,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객관성이 결여된 <기적의 시작>을 편성했다. KBS는 현재 뉴라이트 역사관을 이식하고 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그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KBS 사장으로 앉힌 데 공헌한 이가 바로 서기석 씨다. 공영방송 KBS가 망가진 데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 연임한 것도 모자라 다시 이사장직에 오르게 된 상황을 대통령실과 연임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박민 사장을 제외하고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경고한다. KBS 여권 이사들은 경거망동을 말라. 이치에 맞지 않는 행보는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
9월 4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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