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윤석열 정부는 팩트체크 저널리즘 탄압을 중단하라
네이버가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대한 자금 지원과 페이지 연동을 중단한 건 “외압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은 “네이버도 원치 않던 지원 종료였으며 국정감사 전에 SNU팩트체크 페이지를 내려야 했다”고 미디어오늘에 말했다. 정부여당이 네이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친 결과라는 것이다.
네이버는 그간 지원 중단이 아니라 계약 만료이며 “사업적인 측면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센터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네이버가 8월 초 마지막 대면 미팅에서 “돈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지원을 계속한다면 어디까지 피해를 봐야 할지 두렵다고 정확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9월 20일에는 “국정감사 전에 (센터와 연동된) 페이지를 내려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그렇게 추석 연휴 전에 페이지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정 센터장의 발언은 당시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 9월 1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짜뉴스 근절 위한 패스트트랙 가동> 계획을 발표하고 “주요 포털 사업자와 공유해 사업자의 선제적 조치를 요청”하는 ‘자율규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9월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온라인 기사까지 ‘가짜뉴스 심의’를 확대하고, “주요 포털 사업자 등과 협력해 사업자 자율규제를 활성화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9월 27일 가짜뉴스대응 민관협의체 출범을 발표하며 사업자의 자율규제 기반의 패스트트랙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한편, 방통위는 9월 25일 네이버의 기사 노출과 뉴스 제휴 방식에 대한 사실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네이버는 6년 가까이 지속돼온 SNU팩트체크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언론중재위에 청구만 해도 정정보도 등의 문구를 최상단에 강조해 표기하는 뉴스 서비스 개선안을 발표했다. 방심위가 심의를 착수한 때에도 ‘심의 중’ 표기를 하라고 포털을 수차례 압박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 모든 조치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과 열흘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으니 누군가 시간표를 정해 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SNU팩트체크센터에 대한 조치 역시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 대책’과 함께 정치적 시간표에 맞춰 추진된 여론대책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의혹의 퍼즐 조각이 하나하나 맞춰지고 있다.
‘가짜뉴스’를 없애겠다며 팩트체크를 탄압하는 이런 모순적 행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가짜뉴스 근절 대책’의 민낯을 보여준다. ‘가짜뉴스’는 자기에게 불리한 보도이며, ‘가짜뉴스 대책’은 언론을 공격하기 위한 권위주의 정권의 도구이다. 민주적인 정부는 결코 윤 정권처럼 언론보도를 ‘가짜뉴스’로 매도하지 않는다. 언론은 허위정보 확산을 막고,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언론을 공격하는 정치적 도구라면, 팩트체크는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저널리즘적 방법이다. “팩트체크는 세상에 필요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SNU팩트체크센터는 네이버의 자금 지원과 학계, 언론사, 기자의 협력 모델을 통해 이런 난관을 극복하며, 국제적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참여자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이룬 성과다. 이 협력구조를 깨뜨리는 건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기반을 허무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네이버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중단해야 한다. 네이버는 팩트체크 서비스를 재개해야 한다. 간섭과 개입은 멈추고, 지원과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 (끝)
2023년 12월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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