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방통위에 필요한 사람은 ‘대통령이 존경하는 선배 검사’가 아니다
이동관이 나간 자리에 또 다시 대선 캠프 인사라니…. 그것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 검사’라는 수식이 붙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그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공석이 된 방송통신위원장에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에 대해 “방통위는 현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어 어느 때보다 공명정대한 업무 처리가 필요하다”며 “김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균형감각으로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의 독립성’을 언급했지만 김홍일 후보자는 그와는 거리가 멀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검사의 직속상관’,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로 통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캠프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처해 당선을 도운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어디를 봐서 방통위의 독립성을 지켜낼 인물이라고 주장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이미 ‘만사형통’으로 불렸던 전임 방통위원장을 겪은 적이 있다.
김홍일 후보자가 ‘방송’과 관련해 한 일이 있다면 그건 하나다. 5개월 동안 국민권위 위원장 직을 수행하며 전임 정부가 추천한 공영방송 이사들을 방통위가 부당하게 해임하도록 명분을 제공한 게 그것이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권태선 이사장은 ‘MBC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방통위로부터 해임됐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법원으로부터 해임처분집행이 정지되면서 정부의 ‘무리한 해임’이라는 비판이 컸다. 이때 나선 곳이 바로 김홍일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있던 국민권익위원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재차 방통위와 경찰청에 사건을 넘긴 상태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근거로 다시 방문진 내 야권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다시 궁금해진다. 과연 어떤 점에서 김홍일 후보자가 방통위의 독립성을 지켜낼 인물이란 말인가. 오히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정부 코드에 맞춘 정치적인 인물로 보는 게 맞다.
언론연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방송통신 법제도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게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홍일 후보자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경력이 전무하다. 결국, 대통령이 미디어 공공성이나 방송·통신 산업의 발전에는 관심 따위 없다는 게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방송통신을 오로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철학을 보여준 인사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또 다시 쟁투의 장이 되지 않을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12월 6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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