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유진그룹 YTN 특혜 인수 반대,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지난 10월 23일 진행된 YTN 지분(30.95%) 입찰에서 유진그룹이 최고가인 3,200억 원을 써내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를 통과하면 YTN은 공적 소유에서 사적 소유구조로 전환된다.
유진그룹의 YTN 경영권 인수는 단지 소유구조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언론이 아닌(非언론) 사기업에게 처음으로 보도전문채널을 허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적 소유구조는 물론 건설사 등 산업자본에 닫혀 있던 보도전문채널 진입 장벽이 동시에 허물어지는 것이다.
YTN은 최초이자 둘밖에 없는 보도전문채널이다. YTN은 원래 연합뉴스 텔레비전 채널로 출발했다. 지금은 한전KDN, 한국마사회 등이 주요 주주이지만, 경영난에 허덕이던 YTN을 회생시키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당시 정부가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 자금을 투입한 건 보도전문채널의 공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YTN은 이런 공적 소유구조를 통해 공공성을 추구할 수 있었다.
MBN은 민영이지만 매일경제신문사가 대주주였다. 언론 자본을 근간으로 하는 보도전문채널이었다. 2010년 MBN이 종편으로 전환하면서 방통위는 신규 신청을 받았다. 신청 결과 5개 법인 최대주주는 모두 언론사였다. CBS, 머니투데이, 서울신문, 헤럴드미디어 등 여러 민영언론이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방통위는 연합뉴스(TV) 한 곳만 승인했다. 보도전문채널을 공적 소유로 제한한 것이다.
유진그룹은 공적 소유도, 언론 자본도 아니다. 건자재 유통 기업, 사실상 건설자본이다. 보도의 공익성을 담보하는 공적 소유의 장점도, 뉴스 시장을 활성화하는 민간 소유의 장점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YTN 지분(30.95%)만 사들이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어 미디어산업에 신규 투자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리하게 끌어온 인수대금을 만회하기 위해 비용 절감, 수익성 확대에 나서 저널리즘의 물적 토대를 잠식할 우려가 더욱 크다.
지상파 지역 민영방송의 실태를 보면 결코 기우가 아니다. 민방 대주주 건설사들은 방송의 보도기능을 사주의 권력과 사세를 키우는 비즈니스 도구로 사유화하면서 정작 언론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건설자본이 소유해서 더 좋은 언론사로 성장한 경우는 없었다. 반대로 편집권 침해가 발생하고, 저널리즘이 망가진 사례는 수두룩하다. 언론과 전혀 관계없는 유진그룹이 YTN를 인수하려는 것 역시 이런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YTN의 미래가 우려되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보도전문채널이 시장에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그나마 공적 소유구조 아래에서는 매각절차에 개입할 수 있는 틈이 있었다. 완전한 민간 소유로 넘어가면, 매각 결정은 전적으로 대주주의 선택에 달려 있다. 더군다나 유진그룹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던 회사다. 보도전문채널 소유구조의 안정성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YTN 지분 매각의 정책목표와 인수자의 자격 요건을 분명히 밝혀야 했다.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매각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입찰은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정해졌다. 더욱 심각한 건 지분 매각절차와 과정이 온통 의혹투성이라는 점이다. 특히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한전KDN의 사전 동의 없이 마사회와 공동 계약을 체결하고, △애초 ‘단독 매각’을 제안했다가 ‘공동 매각’으로 전략을 변경한 과정은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잠재매수자인 언론사(신문사)의 참여가 불가능해졌고, 결론적으로 YTN에게 가장 안 좋은 방식으로, 자격이 의심되는 기업에게 매각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보도전문채널을 특정 기업에게 넘기려고 했다는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021년 <여론집중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YTN이 속한 통신·보도채널군의 여론영향력은 14.4%에서 28.6%로 올라 지상파를 제치고 1위 매체군이 됐다. YTN은 각종 신뢰도, 이용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방송사이다. 경영난에 빠진 YTN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고, YTN 구성원이 노력해 온 성과다. 이런 성과를 합리적 이유 없이 언론사 경영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건자재 기업에게 송두리째 넘기는 건 방송 역사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특혜이다. 부적격 사업자의 특혜 인수는 언론시장의 질서를 해체하는 지옥문을 열게 될 것이다. 보도채널 심사에서 탈락했던 신문사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언론사는 너나없이 추가 승인을 요구할 것이며, 산업자본은 너도나도 보도채널을 인수하겠다고 달려들 것이다. 국회는 불법매각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한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YTN 특혜 인수를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끝)
2023년 11월 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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