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치공작-국기문란으로 몰아가는 자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 뉴스타파 보도를 국기문란으로 프레임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대선 공작”, “희대의 국기문란”, “대국민 사기극”, “가짜뉴스”, “폐간” 무시무시한 말들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진다.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된 김만배 녹취파일의 파장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어제(5일)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김만배와 신학림의 거짓 인터뷰 대선 공작”이라며 “정치 공작과 가짜뉴스는 국민 민심을 왜곡하고 선거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민주주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장제원 위원장은 그보다 앞서 “김만배가 기획, 신학림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며 “가짜뉴스 시나리오를 만드는 매체에 대해서는 폐간을 고민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말의 정치라고 했던가.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파일 보도를 ‘공작’으로 몰아가며 언론을 탄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폐간’이라는 말의 무게를 모르는가. 정치인의 입이 깃털만큼이나 가볍다.
드러난 사실과 의혹은 구분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는 건 정부다. 정치공작-국기문란 프레임을 작동하며 뉴스타파 보도 전체를 가짜뉴스로 몰아가고, 인용한 언론사까지 손보겠다는 정부의 의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사건을 보다 면밀히 봐야 한다.
김만배가 1억 6,500만 원의 돈을 신학림 전 위원한테 전달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둘 사이에 오간 돈의 성격은 사법절차를 통해 가려져야 할 것이다. 이와 별개로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는 부분을 봐야 한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으로부터 “(신 전 위원을 만나)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 윤석열 등이 커피를 타 줬다고 말할 테니 양해해달라”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만배가 작정하고 신학림 전 위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보는 게 맞다. 신 전 위원의 개입 여부는 여전히 확인된 게 없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근거 없이 신학림 전 위원이 마치 공모라도 한 것처럼 단정했다.
검찰이 김만배와 신학림 전 위원의 만남을 ‘인터뷰’로 지칭한 것부터 의도성이 짙다. 당시 신학림 전 위원은 뉴스타파에 적을 두고 있었으나, 취재하거나 기사를 작성하는 위치가 아니었다. 애초 인터뷰 자리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뉴스타파 또한 보도 당시 둘의 만남이 사적인 만남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검찰은 왜 ‘사적대화’를 ‘인터뷰’라고 규정했을까. ‘대선을 앞두고 둘이 공모해 허위의 내용을 보도했다’는 기획성과 의도성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일 거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매체들이 쉽게 ‘허위 인터뷰’라고 하는 건 그래서 문제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의혹도 마찬가지다. 정부여당은 ‘김만배의 거짓말’ 하나로 의혹 자체를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조우형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봤는지 아닌지’, ‘누가 커피를 타 줬는지’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조우형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전 회장의 사촌 처남으로,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업자들한테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사업자금 1,155억 원을 대출받도록 불법 알선한 혐의로 2015년 기소돼 2년 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문제가 된 건 2011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조우형 씨의 변호인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였고, 주임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사건 무마’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커피를 타 준 게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었다고 한들, 의혹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정부여당은 뉴스타파 보도 전체를 ‘가짜뉴스’라고 공세를 펴고 있지만 뉴스타파는 처음부터 ‘박OO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고 보도했다. ‘윤석열이 커피 타 줬다’는 보도는 김만배 녹취파일이 나오기 전에 나왔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불편한 언론을 일거에 손보겠다는 심산
밝혀진 건 없다. ‘공작’이라고 하기에 드러난 것은 김만배의 거짓말과 신학림 전 위원의 금전거래 사실이다. 나머지는 수사 중이거나 여전히 의혹의 영역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누구보다 재빠르다.
방송통신위원회 이동관 위원장은 4일 “인터넷 매체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소위 공영방송이라는 곳들이 받아서 증폭시키고 특정 진영에 편향된 매체들이 방송하고 환류가 된다”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자 월권이다. 그리고 오늘(6일)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허위 보도 등 악의적 행위가 단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또 어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발언에 반발해도 모자랄 판에 황성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장은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언론보도에 대해 긴급심의하겠다고 화답했다. 마치 대통령실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시를 받는 정부기관인 것처럼 말이다.
언론연대는 이번 사건을 정치공작으로 몰고 가 반헌법적인 언론탄압을 자행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다시 보라. 김만배 녹취파일 보도를 확대해석하고 키우는 건 누구인가. 그리고 이득을 보는 자는 또 누구인가. 윤석열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벼르고 있던 언론을 일거에 손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를 위해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그 끝은 언론의 독립성 훼손이자, 민주주의 후퇴다.
9월 6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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