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회는 최민희, 이진숙 방통위원 추천을 철회하라
- 합의제 구성만이 이동관 방통위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 -
이동관의 폭주가 시작됐다.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어제 취임하자마자 공영방송 이사 2명을 임명했다. 마치 취임 전부터 미리 점 찍어 놓은 듯이 아무런 논의 절차 없이 부적격 인사 임명을 강행했다. 방통위의 정원이 절반도 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의 의사만으로 의결했으니,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휘두른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의 추천 권한을 무시하고, 2인 체제에서 장관 행세를 하며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를 독임제처럼 운영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우리가 앞서 방통위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방통위가 공영방송 관련 인사를 비롯한 중요 현안을 3대2 구도 속에서 다수결로 처리하는 모습을 숱하게 목격해 왔다. 그도 모자라 이제는 대통령 임명 2인에 의한 독재적 행태를 목도하고 있다. 말만 ‘합의제’이지 ‘독임제’로 운영되는 방통위 체제는 유지할 필요가 없다. 방통위를 해체하고, 새로운 거버넌스를 세우는 게 맞다.
방통위가 이렇게 무늬만 합의제로 전락한 데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 6기 방통위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야당은 정파적 인사인 최민희 씨를 추천한 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재가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최 씨의 편향성을 문제 삼던 여당은 그보다 더한 이진숙 씨를 추천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양당이 서로 지난 대선 캠프에서 언론, 미디어 특보를 지낸 정치인 출신 부적격 인사들을 내세우며 싸우는 모습이 꼴사납기만 하다. 방통위를 애초에 합의제 기구로 만든 국회부터 이 모양이니,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국회가 진정 합의제 정신을 유지하고 방통위 체제를 정상화하고자 한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이제라도 방통위원 3인의 추천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것이다. 양당이 서로 잘못된 인사를 철회하고, 정당을 초월하여 신뢰받을 수 있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를 합의하여 추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동관 방통위의 폭주를 막고, 방통위가 본래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이는 양당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최민희 씨 추천을 철회하여 물꼬를 터야 한다. 야 4당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 대응을 벌이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먼저 자당의 추천권을 내려놓고 ‘범 국회 차원의 방통위원 추천 기구’를 제안한다면 정파적 임명 관행에서 탈피한 새로운 인선 절차를 만들 수 있다. 만약 일각에서 나오는 전망대로 최 씨와 함께 남은 한 자리마저 정치적인 인사를 추천한다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에 동참했다는 역사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도 야당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 4당 공대위가 진정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위한 ‘가치의 공조’라면 제1야당의 잘못을 지적하고,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여야 공히 부적격 인사의 사퇴를 요구함으로써 소수정당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이진숙 씨 추천을 즉시 철회하고, 야당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국회의 방통위원 추천은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라 야당과의 협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을 따라 여당마저 야당은 물론 언론계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정파적 인사를 추천하는 건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여당의 언론정책이 일부 극단적인 세력에게 휘둘려 국민 다수의 신뢰를 잃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말이다. 지금처럼 극우 전체주의로 치닫는 대통령의 첨병 노릇을 하다가는 국민의힘 역시 처절한 몰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언론연대는 이미 방통위에 사망선고를 내린 바 있다. 이동관을 포함하여,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일당의 독선이나 양당의 야합에 의한 방통위원 추천을 모두 거부한다.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해 부적격자를 용인하고, ‘견제’ 따위를 운운하며 이동관 방통위 구성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모든 기회주의적 행태에 반대한다. 국회의 방통위원 추천은 합의제 정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공개적인 논의,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적임자를 임명하는 것, 이것만이 합의제 방통위를 유지할 유일한 답이다. 언론연대는 이 엄중한 시기에 누가 입으로만 방송독립을 말하고, 말과 다른 행동을 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심판할 것이다. 만일, 이번에도 국회가 정치권 나눠먹기식으로 처리한다면 우리는 수명을 다한 방송통제기구를 해체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끝)
2023년 8월 29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타파와 신학림 위원의 언론윤리 위반 논란에 대하여 (0) | 2023.09.06 |
---|---|
[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논평] “국회는 인공지능 법률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을 수용하라” (0) | 2023.08.30 |
방송독립 요구하면 반국가단체인가 (0) | 2023.08.24 |
이동관은 시작이었다… 박노황에 류희림까지 돌아온다 (0) | 2023.08.18 |
이사진을 부당 해임해서 공영방송을 정상화한다는 사이비 논리 (0) | 2023.08.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