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수신료 분리고지 시행령, 대통령이 거부하라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였다. “공영방송을 보지도 않는 국민까지 수신료를 내는 것이 맞느냐” 중앙일보의 보도를 통해 이 말이 전해진 직후 대통령실은 여론조사의 기초도 안 된 국민제안 게시물을 올렸다. 이렇게 시작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고지가 어제 단 2명의 방송통신위원이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제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규제심사는 이미 생략했고 법제처 심사도 졸속으로 이뤄질 것이다. 결국 남은 절차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와 대통령의 재가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것이 당신이 말한 법치주의인가? 몇 단어의 시행령 개정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방송법 조항을 무력화시킨 절차가 법리에 맞는가. 특별한 사정도 없이 행정절차법이 정한 40일 이상의 입법예고기간을 10일로 단축시킨 것이 정당한 입법절차인가. 방통위가 여당 추천 2명의 위원만으로 개정안을 의결한 것은 5인 합의제 기구라는 법적 위상에 부합하는가.
지금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강조한 법치주의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 앞으로도 이 단어를 쓰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행령 개정안 입법 절차를 중지하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것이 당신이 말한 자유시장주의인가? 공영방송 수신료는 방송 콘텐츠 구매 비용이 아니다. 수신료 재원은 예측할 수 없는 광고시장에서 공영방송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수신료 감소로 벌어질 광고시장의 격변과 유료방송 재전송료 변동은 명백하고 부적절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다. 이로부터 발생할 지상파와 종편 방송사의 위기, 독립제작사 제작비 감소, 비정규직 대규모 감축에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 질 것인가.
이제 대통령이 주문처럼 읊고 있는 자유시장주의가 무엇인지 드러났다. 여기서 자유는 대통령의 독단이며, 여기서 시장은 대통령 말 한마디로 요동칠 무질서일 뿐이다. 시행령 개정안 재가로 언론의 자유는 무너지고 노동의 가치는 추락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 당장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고지 개정안을 심의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절차를 중단하고 국회에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를 제안하라. 이것만이 대통령이 말해 온 법치주의와 자유시장주의의 진정성을 입증할 유일한 방법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신료 분리고지 시행령, 대통령이 거부하라.
2023년 7월 6일
미디어기독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대위,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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