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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국정원의 언론장악 문건, '언론적폐청산' 기구 논의해야 한다

by PCMR 2017. 9. 18.

 

[논평]

국정원의 언론장악 문건, ‘언론적폐청산기구 논의해야 한다

-KBS대책회의에 국정원 참석하고 MBC 김재철 사장이 쪼인트 까였던 이유 드러나-

 

국정원이 한국의 언론을 이토록 농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에서 공영방송 인사 개입이 담긴 문건 등을 작성했고 그것이 그대로 실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언론이 망가졌다는 얘기는 있어왔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에 따르면 이렇다. MBC의 경우, 국정원의 문건에 일괄 사표를 받고 선별적으로 수리하는 방식으로 핵심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방송문화진흥회가 2010년 엄기영 사장을 내쫓던 방식 그대로다. 국정원이 문건을 통해 MBC PD들을 방송대상에서 탈락시키도록 요청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언론노조 MBC본부 김철영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은 오늘(18)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연결에서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최승호PD)<아마존의 눈물>(김진만·김현철PD)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 방안(2010) 내용을 입수해 이를 공개했다. 내용은 어마어마하다. 해당 문건에는 김인규 사장 이후, <좌편향, 무능 무소신, 비리연루> 여부를 감안, 인사대상자 색출이라고 적시돼 있었다고 한다. 개별 PD들의 이름이 그대로 적시돼 있기도 했다. 용태용 <취재파일4321>부장, 소상윤 라디오 EP, 이강현 드라마국 EP, 윤태호 <추적60> PD, 김영신·이상요 PD, 최춘애 KBS아메리카 사장 등을 좌편향으로 낙인찍어 퇴출을 유도했다는 거다. 이 밖에도 임창건, 오진산, 백운기, 최철호 등 김인규 사장의 신임을 받는 이들에 대해서도 특별관리가 필요하다는 등 언론인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이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국정원 문건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요청에 의해 작성해 보고됐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동관 씨였다. 이동관은 누구인가. 20088월 정연주 사장 해임 이후 후임 사장 선임 등을 논의해 물의를 일으켰던 KBS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당시 그 자리에는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현 자유한국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회선 국정원 2차장, KBS ·현직 간부들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무엇보다 그 자리에 국정원 직원이 참석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컸다. 이제 그 퍼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KBS·MBC·YTN 등에서 벌어진 언론장악의 실체는 이미 드러나 있다. 그리고 국정원을 매개로 하는 언론사찰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언론장악은 당시 청와대 주도로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또한 공영언론 내 부역 세력들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우룡 당시 방문진 이사장의 김재철 사장 쪼인트발언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명확해 졌다. 언론 내 적폐청산이 그것이다. 국정원 개혁위 등을 통해 광범위한 언론사찰·언론장악이 확인되고 있지만 진상규명에 대한 움직임은 전무하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수행했던 국정자문기획위원회는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조직을 별로로 두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대신 부처별로 적폐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말 문화예술계와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 구성과 운영에 대한 합의하고 현재 운영 중이다. 국정원 개혁위 또한 정치·선거 개입 댓글 등 국내 사찰이라고 하는 적폐 청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언론계는 조용하다.

 

이제 언론적폐청산을 위한 기구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방통위는 <방송법> 개정 등을 통한 공영방송 이사회의 덜 정파적인 구성이라는 언론장악 재발방지 대책을 염두에 둔 행보만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재발방지책으로만 될 문제가 아니다. 국정원 개혁위를 통해 드러나는 언론장악 문건 또한 공영방송 내 누가, 어떻게 작동시켰는지 드러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 그것은 진정한 언론정상화의 길이 아니다. 언론연대는 이미 19대 대선 미디어정책으로 국무총리 산하 <언론장악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의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발생한 방송법 위반, 언론인 탄압 및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히 규명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진상조사 기구를 설치하자는 주장이다. 국정원 문건은 공영방송 장악이 국가 주도의 공작 사건임을 웅변하고 있다. 국가에 의해 자행된 공작 사건의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함이 마땅하다.

 

2017918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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