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디스패치 '메이킹 영상 단독 보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다

PCMR 2017. 10. 26. 17:09

 

[성명]

디스패치 메이킹 영상 단독 보도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가해자 중심 프레임성적 자기결정권 보도는 어디에-

 

조덕제 사건 메이킹 영상 단독 입수라는 디스패치 기사는 한국 언론의 저열한 인권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가해자 중심 프레임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2차 가해행위이기 때문이다.

 

디스패치 해당 기사는 철저히 가해자 중심으로 작성됐다. 해당 기사는 조덕제 씨와 관련해 겁탈 장면을 연기하다 실제 추행을 저지른 배우로 낙인 찍혔다라면서 조연배우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감독의 지시를 받는 위치다. 게다가 13씬은 첫 촬영. 감독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대변하듯 썼다. 조덕제 씨와 여배우 A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과정임을 언급하며 디렉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디렉션 영상캡처를 통해 감독의 주문’(“그 다음부턴 맘대로 하시라니까”, “미친놈처럼)과 함께 감독의 디렉션 대로 연기했을 뿐이라는 조덕제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여배우 A씨가 놓인 참담한 상황 등은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그러나 상대배우가 합의 없는 신체접촉을 당했다는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해당 기사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줄 수 있는 영상을 캡처한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이다. 2심 재판부는 조덕제 씨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디스패치가 공개한 해당 영상 캡처는 성폭력 피해의 실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2차 가해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문제는 또 다른 곳에도 있다. 디스패치는 객관성을 담보하는 듯 해당 기사에 영상분석 전문가들을 등장시켰다. 해당 기사에서 한 영상공학박사는 “(조덕제 씨가)여자의 음모를 만지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 또한 남자의 손이 가슴이나 음부로 들어오면 놀람 반응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B씨의 표정은 거의 변화가 없다해당 장면을 저항의 의미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디스패치는 성폭력사건에서 피해자의 반응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 전문가들의 경우, 피해자가 특정 상황에서 더 격렬한 저항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영상분석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이 가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스패치 보도는 여배우 A씨와 조덕제 씨 간 진실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큰 파장을 낳았다. 그 후, 여배우 A씨에 대한 도 넘은 공격들이 이어지고 있다. 몇몇 언론 매체들은 여론반전이라며 2의 이태임-예원 사건에 비유했다. 그렇지만 사전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여배우 A씨는 자신이 합의한 바 없는 노출장면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무시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다만, 가해자(감독)가 더 늘었다는 사실이 달라졌을 뿐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언론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라는 성폭력 범죄의 보호법익에 충실한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보도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 “언론은 피해자의 피해 상태를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묘사함에 있어, 피해자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더 구체적으로 기사 작성 및 보도시 주의사항에서는 기사를 접하는 피해자에게 사건을 다시 상기하게 하고 공포심과 성적 수치심을 재경험하게 하는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디스패치는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의 말을 빌려 “(여배우A씨가 추행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정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는 피할 수는 없었는지에 대한 가치 판단이 담긴 기사들로 독자로 하여금 그 상황을 초래한 피해자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잘못된 통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과연, 디스패치의 보도는 언론의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디스패치의 문제만은 아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조덕제 씨가 해명하면서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다보니 피해를 호소하는 여배우A 씨를 고려하지 못한 채 뉴스들이 이어졌다. 그 속에서 필요이상으로 성추행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돼 논란을 낳았다. 언론으로부터 보호받아야할 여배우A 씨 또한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어뷰징 기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여배우 A씨가 벌이는 법적다툼의 의미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 연기라는 이름으로 합의되지 않은 신체적 접촉을 용인해도 되는지 질문하고 있는 사건이다. 연기자로서 자신의 일터에서 인권을 침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매체들은 단독’, ‘특종이라는 이름으로 자극·선정적 보도에 앞장서며 장사를 하고 있다. 디스패치는 해당 기사를 당장 삭제해야 한다. 타 언론매체들 또한 해당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성범죄 관련 보도에 입각해 보도해야 한다.

 

20171026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