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논평] 방송의날에 발생한 연행사태, 누구의 책임인가

PCMR 2026. 9. 4. 16:43

[논평] 

방송의날에 발생한 연행사태, 누구의 책임인가

방송의날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연행이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는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 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무릎으로 목을 눌러 제압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용산경찰서는 즉각 사과해야 한다. 

3일(어제) 제63회 방송의날 기념식이 용산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렸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방송협회 주최로 열리는 방송의날 기념식장 안에 방송 비정규직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다. 그동안 방송의날 기념식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장,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여야 지도부 등 방송제도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이 다수 참석해왔다. 그동안 방송의날에 초대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기념식장 밖에서 목소리를 외쳤던 이유다. 방송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엔딩크레딧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호텔 밖으로 나가자마자 경찰은 신분증 제시를 요청했고, 이에 불응하자 공무집행방해라며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의 노동자는 목을 눌려 제압당한 후 체포됐다. 

방송의날 기념식장 밖에서 “모든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외친 행위가 목을 눌려 체포돼야 할 만큼의 잘못인가. ‘방송의날’은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잔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방송을 만드는 많은 이들이 무늬만 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방송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 이 즈음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MBC 상암 농성장에서 추석명절을 보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폭로하고 사망한 MBC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머니 장연미 씨의 단식이 이뤄진 그곳이다. 고 오요안나 씨의 사망과 함께 ‘무늬만 프리랜서’였던 기상캐스터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났다. 그 안에서 벌어진 구조적 폭력과 외면하는 방송사 그리고 성별에 따른 차별적 고용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터져나온 것이다. 그후, MBC는 기상캐스터 시스템을 없애고 정규직 기상기후 전문 기자를 채용했다. 그로 인해 기상캐스터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대신 안정적인 일자리는 다시 남성의 몫으로 돌아갔다. 

MBC 고 오요안나 사태가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KBS와 SBS, 종합편성채널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에 대해 기획감독에 들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엉뚱하게 흘렀다.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프리랜서 방송작가와 PD, VJ, CG, 편집 노동자들은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게 축복이 아닌 세상이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그렇다면 고용노동부는 왜 존재하나.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은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0.1%도 되지 않는 네팔을 향했다.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방송광고는 급감했고 방송사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그 긴축재정으로 인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은 방송 비정규직이었다. JTBC 사태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방송의날 기념식장 밖에서나마 목소리를 냈던 이유다. 

방송의날 기념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방송의 공공성 회복과 혁신·성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고,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개선할 것”이며, “모든 국민의 참여권, 접근권, 선택권을 보장하는 ‘미디어 기본사회’를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 비정규직 문제는 단 한 자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축사에서 가장 눈에 띈 단어는 ‘동반자’였다. “방송은 가장 신뢰받는 정보의 원천이자 일상의 동반자”라는 것이다.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동반자가 될 수 없는 것인가. 방송의날에 벌어진 국가 폭력이 유독 씁쓸했던 까닭이다. 묻는다. 방송의날에 발생한 연행 사태는 누구의 책임인가. 

9월 4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미디어사회운동센터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