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논평] 공정성 심의, 법정제재 재고하고 근본적 제도개선 나서야

PCMR 2026. 5. 14. 15:42

 

[논평]

공정성 심의, 법정제재 재고하고 근본적 제도개선 나서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방송소위원회가 박장범 당시
KBS 앵커의 '파우치 해명' 보도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방미심위 출범 이후 첫 법정제재다. 해당 보도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대담 과정에서 김건희 명품백을 '파우치' 또는 '조그마한 가방'으로 표현해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 앵커가 직접 설명한 내용이다.

 

박장범 앵커의 '파우치' 표현은 사안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으며, 논란의 당사자가 앵커 멘트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방송에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문제 소지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과 별개로, 행정기관인 방미심위가 이를 법정제재로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위원장이 정무직 공무원이고 정부·여당 추천인이 과반인 위원회가, 여당의 민원을 받아 정치적 사안의 공정성을 판정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공정하다.

 

이번 결정이 해당 보도로부터 2년이 넘은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사회적 평가가 이미 이루어지고 상당 기간이 흐른 보도를 정권 교체 이후 새로 구성된 위원회가 다시 소환해 제재할 경우, 정치적 사안에 대한 소급 심의의 선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의 권한의 범위와 시한에 뚜렷한 한계가 없으면 언론의 자기검열과 정치보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방미심위가 천명한 최소 규제와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공정성 심의는 개념의 추상성과 주관성으로 인해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며, 실제로 정권 비판적 보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동해왔다. 보도 공정성에 대한 행정 심의를 폐지하고 자율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방송심의에서 공정성 조항을 삭제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방미심위가 공정성 위반을 이유로 출범 1호 법정제재를 가하는 것은 심의의 공익적 효과보다 정치적 효과가 클 뿐이다. 방미심위는 다가오는 전체회의에서 이번 결정을 재고하고, 근본적인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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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