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22대 국회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며

[성명]
22대 국회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며: ‘땜질식 혐오표현 규제’ 아닌 ‘평등의 기준’을 세워야 할 때
십수 년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차별금지법이 마침내 다시 22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혐오표현 대응을 국정과제로 삼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이번 발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정치권은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새 정권이 집권한 6개월 남짓의 짧은 기간 동안 정치권은 혐오 정치의 폐해를 막겠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를 담은 개정안(교육환경법, 옥외광고물법, 정당법, 정보통신망법, 집시법, 형법 등)을 우후죽순 발의해왔다. 그 취지를 백번 선해하더라도 이와 같은 시도는 인권에 대한 철학 없이 경찰이나 공무원에 의해 행정 편의적으로 시민의 입을 막는 ‘땜질식 처방’이란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개별 규제에 반대하며 “차별금지법부터 제정하라”고 요구한 이유는 명확하다. 무엇이 차별인지, 무엇이 혐오인지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도 없이 국가가 자의적으로 표현을 단속하는 것은 오히려 소수자의 목소리를 검열하는 도구로 법을 전락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혐오표현만을 도려내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차별금지법이라는 토대 없이 혐오표현만을 규제하는 시도는 기준점 없는 검열일 뿐이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통해 ‘해악’의 정의가 선행되어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혐오표현을 정밀하게 억제할 수 있는 균형을 찾을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누군가를 처벌하고 입막음 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차별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국가가 어떤 원칙으로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바로 세우는 ‘인권의 기본법’이자 헌법 정신인 평등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혐오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수막을 떼어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구조적 차별을 직시하고 평등의 가치를 법제화할 때 비로소 혐오가 설 자리는 좁아질 것이다. 또한 차별금지법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 낼 더 많은 표현의 자유가 우리 사회의 평등을 강화할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정치권은 또 다시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 뒤에 숨어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나중으로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격상시킬 것이다. 이번 발의가 차별 없는 세상을 이룩하는 역사적 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6년 1월 16일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약칭 21조넷, 16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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