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허위조작정보’ 퇴출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민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강력히 규탄한다
[공동성명]
‘허위조작정보’ 퇴출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민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강력히 규탄한다
- EU DSA를 빙자한 ‘한국형 표현통제법’ 전면 재검토하라
윤석열 정부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언론을 대상으로 가짜뉴스 신속심의를 추진했을 때 시민사회와 더불어민주당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탄압을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하겠다며 태세전환을 하고 있다. 국가가 진실의 심판자가 되겠다는 오만한 태도는 류희림 방심위와 얼마나 다른가. 한국형 DSA를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DSA의 핵심은 내다버리고 오히려 국가주도 통제만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한국형 표현통제법일 뿐이다.
EU DSA는 불법정보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그조차 플랫폼을 중심으로 불법 콘텐츠를 처리하는 절차 규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기존의 행정심의 제도는 그대로 두면서, 유통금지 대상을 불법정보를 넘어 허위조작정보로 확대하고 있다. 허위조작정보의 개념 역시 ‘허위정보 중 유통될 경우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로 매우 불분명하다. 허위정보는 사실확인 및 정정의 대상이 될지언정 그것이 불법정보가 아닌 한 무조건 유통을 금지해야할 대상은 아니다. 모든 것을 사실확인을 해서 말하지 않는 이상, 대다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허위의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이러한 허위표현이 의도적이었는지나 타인을 해하게 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결국 방미통심위가 판단하기에 ‘타인을 해하게 될 것이 분명한 정보’를 규제하게 될 것이다.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언론중재법을 건들지 말라고 했지만, 이 역시 눈가리고 아웅으로 드러났다. 언론중재법은 건드리지 않았지만, 류희림 방심위와 같이 정보통신망법을 언론에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상황에서 정보통신망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을 포함한다면, 언론중재법을 우회하여 정보통신망법으로 언론을 규제하는 것과 같다.
개정안은 언론을 포함하여 표현 게시자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였다. 민사상 책임에 손해액을 증명하지 못해도 최대 5천만 원까지 손해액을 추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타인을 해할 의도’로 유통하여 손해를 가한 경우 5배 배상제를 적용하는 징벌적 배액 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나아가 징벌적 배액 배상 관련 악의 추정 요건을 상세하게 규정하여 게시자의 입증책임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인 징벌적 손배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언론을 포함한 표현행위에만 징벌적 손배를 적용하면 악행은 징벌손배책임을 감수하지 않고 저지르면서도 그 악행을 비판하는 자는 징벌손배책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비판과 감시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명예훼손을 넘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는 너무 넓어서 자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크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이 회사의 행태를 비판한 경우 역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명예훼손, 사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이미 불법으로 규정된 정보 외에 어떤 허위조작정보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악의의 추정 요건 역시 매우 광범위하다. 기존 내용과 '유사한 내용'의 기준, '제목 또는 자막으로 강조'한 기준,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의 기준, '고의와 타인을 해(害)할 의도가 있었음'의 기준은 과연 얼마나 명확할까. 정치적인 목적으로 내부 고발이나 탐사 보도, 정당한 의혹제기까지 틀어막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또한, ‘혐오와 폭력 선동’을 불법정보로 포함하고 있는데, 혐오표현의 불법화 필요성에 대해 일정하게 동의하지만, 현재의 규정(“반복적으로 또는 공공연하게, 인종·국가·지역·성별·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폭행·협박·명예훼손·모욕 또는 증오심을 선동하는 내용의 정보”)은 지나치게 넓어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삭제 남발이 우려된다. 정보통신망법에서 섣불리 불법정보에 포함하는 것보다,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혐오표현의 규제 범위에 대해서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형 DSA를 도입했다는 조항에서도 허위조작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DSA는 불법정보만을 규율할 뿐 허위조작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한국의 방미통심위처럼 국가검열기관도 두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플랫폼에 일반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허위정보에 대한 사실확인 관행은 확대되어야 하고,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허위정보나 약관위반정보 등을 신고할 수는 있지만, 이는 법에서 의무화할 사항은 아니다. 나아가 허위정보도 아니고 이용자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플랫폼이 허위조작정보를 불법정보에 준해서 처리하도록, 즉 허위라고 신고하는 것들을 광범하게 삭제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여당이 허위조작정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첫째, 진정으로 EU DSA 체제를 도입하겠다면, EU DSA의 핵심적인 요건에 대해 토론하고 한국의 내용규제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라.
둘째, 우선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사실확인 기관과 관행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라.
셋째, 온라인 혐오발언에 대한 규율이 필요하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라.
넷째, 일반적인 악행에는 징벌손배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표현에 대해서만 징벌손배를 부과하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
더불어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