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국판 DSA라더니, 결국 망법 개악안인가!
[논평]
한국판 DSA라더니, 결국 망법 개악안인가!
한국판 디지털서비스법(DSA) 도입 약속은 결국 허위로 드러났다. 오늘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하 망법)은 표현의 자유 보호 장치 없이 허위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허위·조작정보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이는 징벌의 대상을 언론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인터넷 이용자로 확대한, 언론중재법의 확장판과 다름 없다.
애초 민주당이 발표했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초안은, 불법정보에 대한 신고·조치 제도를 도입해 대형 플랫폼(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를 모델로 내세웠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개정안에서는 대형 플랫폼에 대한 책임 부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주요 절차와 규정을 대부분 삭제해, 사실상 DSA의 취지를 폐기했다.
플랫폼 책임을 대신한 것은 표현 게시자에 대한 규제와 처벌 강화다. 민주당의 수정안은 불법정보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허위정보를 불법정보로 간주해 유통을 금지한다. 또한 민사상 책임에 더해, 손해액 증명이 어려운 경우 최대 5천만 원까지 손해액을 추정하도록 하고, 불법 또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5배 배상제를 적용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다. 무엇보다 ‘정보 전달을 업으로 하는 자’를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언론사는 물론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정보를 선별해 게재하는 사실상 모든 인터넷·플랫폼 이용자에게까지 책임을 확대했다.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에 대해, 적용 대상을 제한하고 요건을 엄격히 규정했으며 전략적 소송 방지 특칙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함으로써, 정부의 자의적 기준 설정과 과잉 규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타인을 해할 악의’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두었지만, ‘해할 의도’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한 모호한 규정은 표현 게시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워 위축 효과를 막지 못한다.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대책 역시, 이미 언론중재법 추진 당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된 방안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정심의 규제를 대폭 축소하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정보통신망법 개정의 우선 과제로 제시해왔다. 또한 민주당의 한국판 DSA 추진과 관련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표현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자율규제와 팩트체크 저널리즘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우선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러한 개혁 방향을 ‘추가 과제’로 미뤄둔 채, 또다시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인터넷 표현 게시자에 대한 행정적·민사적 규제 강화에만 초점을 맞춰, 표현의 자유를 더욱 위축시키는 개악안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판 DSA는커녕,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위주의 통제국가들이나 시도할 법한 퇴행적 입법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망법 개정안을 철회하라.
10월 20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