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언론개혁 입법, 속도가 아닌 소통을 요구한다
[공동성명]
언론개혁 입법, 속도가 아닌 소통을 요구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달 언론개혁특별위원회(언개특위)를 구성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방송통신위원회 구조 개편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까지 전방위적인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숙의 과정이 실종된 속도전에 각계의 깊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을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는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 따른 조치라고 하지만, 직무나 심의 대상에 전혀 변함이 없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 개편 대상에 포함시킨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형식적으로나마 독립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여 더욱 ‘행정기관화’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행정심의제도를 법적으로 고착화하여 정치적 독립성이 부재한 표현규제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보도 및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구체적인 법안조차 공개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 법안 내용은 불명확한 반면 입법 일정만 뚜렷하다. 언론 현업 단체들은 공직자, 대기업 등 권력자들의 소송 남발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인권·사회단체들도 성폭력 사건이나 장애인 피해 사건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적 고발 보도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러한 각계의 합리적인 지적과 비판을 ‘과도한 우려’라 일축하며 외면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국내 규제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성급히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이 입법 모델로 제시한 유럽연합과 달리, 우리나라 인터넷 규제 체계는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EU 디지털서비스법(DSA)과 같은 체계를 전면 도입하려면, 지금도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합법적 게시물 삭제가 계속되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와 단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이 법안에서는 허위·조작 정보를 불법정보로 간주하거나 징벌적 배상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입막음’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 각계의 지적이 이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규제 범위는 최대한 좁히고 명백한 사안에 한정해야 한다”며 과잉 입법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엇박자는 절차적 하자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이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합리적인 비판을 외면한 채, 특위 내부의 폐쇄적 논의만으로 입법을 강행하려는 잘못된 절차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다.
민주당 언개특위는 오늘(18일) “적절한 시점에 개정안을 공개하고 언론계, 시민사회와의 논의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에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강력한 배액배상제를 도입한다는 입장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법안을 오는 25일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단체들은 민주당이 속도전과 여론전에서 벗어나 참여와 숙의 과정을 통한 민주적 절차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민주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조항을 철회하고, 방송통신 심의제도의 근본적 개편을 위한 논의 틀을 마련할 것.
하나, 일방적인 개정 시한을 철회하고 법안을 공개한 이후, 언론계·학계·시민사회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입법 절차를 수립할 것.
하나,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 방송·인터넷에 대한 광범위한 행정규제 등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억압적 규제의 개선방안을 동시에 논의할 것.
언론개혁은 속도가 아닌 합의로, 제한된 논의가 아닌 열린 토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위계적이고 일방적인 입법은 진정한 언론개혁이 될 수 없다. (끝)
2025년 9월 18일
미디어기독연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단법인 오픈넷,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11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