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기자회견문]“MBC는 오요안나 사망의 구조적 원인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PCMR 2025. 9. 15. 16:56

9월15일 오전 10시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단식 농성장 앞에서 진행된 언론개혁시민연대 기자회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출처 : 미디어오늘)

[기자회견문]

“MBC는 오요안나 사망의 구조적 원인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오늘(9월 15일)은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씨의 1주기입니다. 유가족은 단식으로 이 날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이 죽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제 누군가는 답해야 합니다.

 

MBC는 고인의 사망 이후, 줄곧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후, MBC의 첫 반응은 “괴롭힘 신고가 없었다”는 선긋기였습니다. 하지만 고인이 남긴 모바일 메신저에는 복수의 MBC 관계자에게 괴롭힘을 상담한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MBC는 그제서야 진상조사위를 꾸렸으나, 그 결과는 유가족에게조차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MBC가 책임 있게 대응해줄 거라는 유가족의 믿음은 그때 무너졌습니다. MBC의 소극적인 태도가 사태를 키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는 유가족을 더욱 절망케했습니다. ‘괴롭힘은 있었다. 하지만 고인은 노동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MBC에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MBC는 정말 아무 책임이 없는 것입니까. 단지 기상캐스터들 사이 갈등에서 벌어진 일입니까. 한국 사회는 특정 직종에서 벌어지는 ‘태움 문화’를 단순한 사인 간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방송사가 기상캐스터라는 직업과 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고용구조를 빼놓고는 이 죽음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국회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제가 MBC 기자였을 때 김동환 캐스터라는 분이 함께 일했고 정규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비인간적 고용구조로 바뀌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기상캐스터는 언제부터, 왜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는가. 그리고 그 대상은 누구인가. 여기서 구조적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상캐스터는 1990년대 기상 전문 영역과 날씨 예보로 업무가 나뉘면서, 날씨 예보는 여성의 몫이 됐습니다. 그리고 날씨 예보라는 직무는 비정규직, 무늬만 프리랜서로 전환됩니다. 방송사는 이 업무를 ‘전문영역’으로 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노동을 수행하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습니다. ‘여성은 젊고 어려야 한다’는 저급한 인식 속에 여성 노동자는 소모품처럼 취급됐습니다. 저임금은 당연한 듯 따라왔습니다. 실제로 기상캐스터의 월급은 약 150만 원 수준이며, 고인 또한 1년간 1,6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고인을 비롯한 기상캐스터들은 구조적으로 본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다른 수입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기상캐스터들이 자유롭게 타 방송 출연이나 개인 영리활동을 해왔으며, 그 수입은 전액 본인에게 귀속된다”며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MBC는 어쩌면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MBC뿐 아니라 방송사 전체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기상캐스터 직무 역시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방송사들이 비정규직 고용형태와 처우, 인권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습니다. 그때 MBC가 취한 행동은 무엇이었습니까.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방송작가들에게 ‘방송지원직’이라는 새로운, 차별적인 고용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블라인드 MBC 직원 게시판에서 방송작가들을 향해 쏟아진 반인격적·성적 괴롭힘 댓글 사태는 이런 차별 구조 속에서 비롯된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언론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추적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며,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은 스스로 높은 윤리 기준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MBC 기자들이 사회 부조리를 지적할 때마다 듣는 말이 있을 겁니다. “너희는 얼마나 깨끗한데?” 방송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MBC가 고 오요안나 씨 사망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고 오요안나 씨의 사망은 우연히 벌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MBC가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사이, 구조적 문제가 곪아 최악의 형태로 터진 결과입니다. MBC는 이제라도 고인의 사망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합니다. 유가족의 요구에 진지하게 응답할 때만이,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9월 15일

언론개혁시민연대

 

*기자회견 동영상은 정의당 당직원 님의 도움으로 장혜영 전 의원 폐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링크: https://www.facebook.com/share/v/16uZSVgnco/)


[기자회견 발언문]



■명숙_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안녕하세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입니디.
오늘로 고 오요안나님이 돌아가신 지 1년이 됐습니다. 1년이 됐으나 고인의 죽음에 책임지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괴롭힘은 있었으나 노동자가 아니니 인정할 수 없다는 노동부의 허망한 판단을 받아든 유족과 같은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에게는 또하나의 절망을 주는 결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오요안나님의 죽음은 구조적 괴롭힘에 개인적 괴롭힘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프리랜서 비정규직에게는 최저임금도 4대 보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낮은 위계의 사람들에 대한 괴롭힘은 증가할수밖에 없습니다. 따돌림·차별'도 39.8%로 직장인 평균(15.4%)에 비해 2.6배 높았습니다. 생활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고용불안때문에 아무런 문제제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런 것을 구조적 괴롭힘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요안나 님의 죽음을 우리는 사회적 죽음이라고 합니다. MBC를 비롯한 많은 방송국이 여러 비정규직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로 계약을 맺어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노무관리를 하고 노동자의 단결 고리를 끊고 있습니다. 괴롭힘과 차별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어머니가 단식을 요구하며 MBC의 사과와 전수조사 그리고 기상캐스터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오늘로 유족의 단식이 7일째입니다. 전 1주기 전에 띁날 줄 알았는데 오늘까지 왔다는데 참담함과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예상할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족에개 알리지도 않고 공식 사과도 없이 MBC사내에 오요안나님 분향소를 차렸을 때 어쩌면 추모의 마음보다 몈피하겠다는 계산이었음을 깨달아야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이러한 MBC의 기먼행위애 속지 않을 것이라고.
더이상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가 괴롭힘당하다 죽는 일이 없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가.
그날까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도 함께하겠습니다.


■한석현_YMCA 시민중계실장

차마 안녕하십니까? 라는 일상적이지만 언제 들어도 따뜻한 이 한마디를 오늘 여기 계신 여러분들과 시민분들께 차마 건네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앞에 섰습니다. 서울YMCA 한석현입니다. 

고 오요안나님을 허무하게 떠나 보낸지 만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그 어머님의 단식농성이라는 또 다른 비극의 현장에 무거운 발을 함께 딛고 서있습니다.

지난 1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는, 우리 사회는! 우리의 청년을, 우리의 미래를 잃은 그때의 비극을 온전히 감싸안지도, 제대로 위로하지도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또 다른 비극의 현장까지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고 만들어 나가기 위해 살고 있습니까? 누군가의 아픔과 절규에 귀를 닫고, 비극이 반복되어도 외면하는 ‘야만의 시대’, 지옥 같은 삶을 우리 가족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이웃에게 계속 살아가라 할겁니까?

공영방송이자 언론사인 MBC 문화방송에게 묻습니다. MBC는 우리 사회를 어떤 세상으로 만들고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까? 그 일부는 약자를 보호하고, 누구도 괴롭힘 받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서로 존중받고 존중하는 세상아닙니까? 문화방송이 꿈꾸는 조직과 조직원의 ‘문화’는 무엇입니까? 문화방송 MBC는 내부의 ‘정규직과 그 나머지’라는 봉건 계급 사회를 언제까지 깨부수지 않고 벽을 쌓고 성문을 굳게 닫아 놓을 겁니까?

고 오요안나님은 MBC 문화방송에서 일하는 여러분들의 ‘동료’가 아니었습니까? 함께 일했던 동료였습니다. 여러분들과 MBC가 꿈꾸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던 동료였습니다. 괴롭힘을 당한 동료였습니다. 그러나 MBC라는 조직과 우리의 법은 말도 안 되게 ‘동료’를 계급으로 나누고 부당한 처우와 괴롭힘을 당해도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무리 조직이, 법이 그렇다 해도 동료인 MBC 구성원들은,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그리고 우리 시민들은 다를 수 있지 않습니까? 동료가 사람이 조직과 법보다 먼저 아닙니까?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때론 함께 싸워야 합니다! 

MBC 수뇌부는 진정 고인에게 일말의 미안함도 느끼지 못하는 냉혈한들의 집합소란 말입니까? 잘못에 사과하지 않고, 잘 못 된 것을 고치지도 않고, 피해자의 목소리와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방송이, 언론이! 그깟 조사에서 데이터에서 신뢰도 좀 높다고 어깨에 힘 주고, 신뢰 받는 언론이라 자부하며 ‘신뢰’를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입니까?

문화방송 MBC 안형준 사장님! MBC 구성원을 대표해 사과하십시요! 제가 알던 기자 시절 용기 내셔서 억울하게 동료들과 우리 곁을 떠난 고인에게, 고인의 가족에게, 우리 시민들에게 사과하십시요! 그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십시요! 

앞으로 유가족의 목소리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MBC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MBC의 잘못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주십시요!

MBC가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한 생각과 일들을 언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전달 해야만 합니까? 대명천지에 왜 고인의 어머님까지 곡기를 끊는 이런 상황에 놓이셔야 합니까! 고 오요안나님을 우리 곁에 다시 되돌아 오게 할 순 없지만, 그분이 살았어야 할 마땅한 삶의 모습은 지금이라도 다시 돌려줍시다. 그게 최소한 인간의 도리 아닙니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혜영_21대 정의당 국회의원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지역위원장 장혜영입니다. 저는 오늘 30대 후반의 여성이자 청년, 그리고 단 한번도 정규직 노동자로 일해본 적 없는 불안정 노동자로서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씨의 1주기를 기리고, 이 죽음에 대한 MBC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청년과 여성을 불안정 노동으로 내모는 구조 속에 고통받던 28세의 여성 청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밝혀졌지만 회사인 MBC는 “괴롭힘 신고가 없었다”고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역시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황당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구조가 보호하지 못한 노동자의 죽음 앞에 안전한 노동현장을 만들 책무를 지닌 회사와 노동부가 법과 절차를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한 모습에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눌 시간도 없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다 급기야 단식에 나섰습니다. 이것이 2030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응원봉을 들고 함께 외친 ‘다시 만난 세계’의 언론과 정부의 모습인지 참담한 마음으로 되묻습니다.

MBC는 답하십시오. 고 오요안나 씨의 죽음에 정말로 회사인 MBC의 책임이 없습니까? 근기법상 노동자가 아니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고용부의 결론을 보고도 대한민국의 주요 방송사로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습니까? 오요안나 씨가 비정규직인 것이 오요안나 씨의 책임입니까? 기상캐스터라는 상시 업무를 여성 청년에게 비정규직으로 맡겨온 MBC의 책임 아닙니까?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방송사 9곳에서 일하는 기상캐스터 59명은 전원이 프리랜서고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여성입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9개 방송사 기상캐스터의 최근 5년 평균재직 기간은 퇴직자 기준 3년 9개월로 정규직 전환 기준인 2년을 가뿐히 넘깁니다. 당연합니다. 날씨예보는 뉴스의 필수 구성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일자리에 젊은 여성을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채용해놓고 업무지시는 지시대로 해왔습니다. 그러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자가 사망하자 노동자가 아니라 보호할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사회적 비극에 권력자의 구조적 책임을 강조하던 MBC는 어디로 갔습니까? MBC 조직 내부의 노동 약자의 존재와 억울한 죽음에 대한 구조적 책임은 방기해도 되는 겁니까?

MBC에 촉구합니다. 안형준 사장은 고 오요안나 씨의 죽음에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구조적인 노동권 사각지대를 만든 책임을 인정하십시오. 고인에게 명예사원증을 수여하고, 사내에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표명하십시오. 무엇보다 고인이 마땅히 받아야 했던 노동자로서의 보호를 고인의 동료들이 받을 수 있도록 기상캐스터직을 정규직화하고 MBC 내 비정규직 프리랜서의 노동조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십시오.

이것은 유족들이 고인의 1주기에 곡기를 끊어가며 요구해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 MBC가 진작 스스로 조치했어야 하는 내용입니다. ‘좋은 콘텐츠로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mbc의 비전을 실현하는 쳣걸음은 그 콘텐츠를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더는 여성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마십시오. 변화하십시오. 이상입니다.



■김재상_문화연대 사무처장

오늘 이 자리는 추모의 의미를 담는 동시에,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가 답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지금 정부와 국회는 내란 청산, 검찰개혁 같은 정치 개혁이나 기술 중심의 성장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 현장과 일상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폭력, 비리, 부정부패, 불합리와 비상식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가 비전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함께”라는 범위 안에 과연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포함돼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있는 MBC는 더 이상 침묵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국회, 행정기관 또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 이 문제는 결코 한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이는 방송·미디어 산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회적 참사입니다. 방송·미디어계의 비정상적인 노동구조 문제는 오늘내일 일이 아닙니다. 작년 7월 국회에서 열린 방송 노동자 고용불안 토론회에서도 방송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자 4명 중 1명이 서면계약 없이, 구두계약만으로 일하거나 아예 계약 절차조차 거치지 않는다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불안정은 더욱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11일 국회 문체위 소속 의원실과 민간 연구단체는 문체부 산하 방송 3사 프리랜서의 72.5%가 여성이며, 평균 계약기간이 8개월 미만이고 임금도 남성보다 낮아 성차별적 구조가 심각하다는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윤석열 정부 들어 비정규직 처우 개선 제도마저 폐지돼, 제도적 보완과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방송계에서 비정규직, 그 중에서도 여성 비정규직의 노동은 값싼 인력으로, 대체 가능한 존재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젊은 여성과 청년들의 삶을 갈아 넣어 방송을 만드는 현실은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에 만연한 비정상적 노동구조의 전형이며 이는 반드시 개혁과 쇄신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K-콘텐츠의 세계적 성공과 K-컬처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는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착취당하고 있는 문화산업 노동자들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허울뿐인 문화강국을 외치며, 방송·미디어·문화산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평등과 착취, 차별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보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방송·미디어·문화산업 전반의 구조적 차별과 불안정 노동 문제를 직시하고 실질적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합니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우리의 문제입니다. MBC와 정부, 국회는 이제라도 책임 있는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즉시 취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이 문제를 직시하고, 바꾸기 위해 나설 때만이 제2, 제3의 안타까운 비극를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