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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징벌적 ‘언론중재법’, 속도전 안 된다

PCMR 2025. 8. 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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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징벌적 언론중재법’, 속도전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도 해당 제도의 강행 처리를 시도했으나, 소모적 갈등만 초래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언론연대는 민주당이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기존 논의를 토대로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

 

민주당은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원고 승소율이 낮다는 점을 제안 이유로 들고 있다(정청래 의원안). 그러나 낮은 승소율만으로는 징벌적 배상제 도입의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무분별한 소송 제기, 정당한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전략적 봉쇄소송, 정정보도 요구와 함께 거액을 청구하는 사례 등 다양한 요인이 승소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 또한 인터넷 매체 증가, 기사 삭제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례 변화 등 배상액 산정에 미치는 복합적인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목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일부에서는 시민 피해 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때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가 지나치게 적어 실질적인 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위자료 현실화를 위해 3배나 5배의 배액배상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행 위자료가 지나치게 낮아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이에 법원은 현재 손해배상소송연구회’(회장 박형순 부장판사)를 꾸려 위자료 액수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목적이 위자료 현실화라면, 우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하다면, 정부와 국회가 법원이 개선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지원하면 된다.

 

배액배상제는 심사요건이 강화되어 구제 범위가 좁아지고, 언론에 위축 효과를 일으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위자료 산정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 이러한 부작용 없이 보편적인 피해구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배액배상제를 추진하더라도 먼저 법원이 적정 손해액 기준을 마련한 뒤, 그에 따라 3배든 5배든 배수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추석 연휴 전까지 무리하게 속도전을 벌일 이유는 없다.

 

만약 징벌적 배상제의 목적이 위자료 현실화가 아니라 '오보 억제'를 위해 언론에 말 그대로 '징벌'을 가하는 것이라면, 언론의 인격권 침해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이 대표적이다. 명예훼손죄로 언론()이 수시로 수사와 소송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징벌적 배상제를 추가하면 과도한 침해가 발생하고, 공익 보도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

 

또한 권력자에 의한 악용을 막아 정당한 보도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봉쇄소송 예방 장치, 취재원 보호 제도 개선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과 달리 정정보도·반론보도·기사 삭제 청구 등 다양한 구제수단을 인정하는 현행 법체계와 징벌적 손해배상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에 대한 정교한 입법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법 개혁은 다수당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현재 이재명 정부와 여당에게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함께, 윤석열 정부에서 언론과 시민을 입틀막하는 데 악용된 법제도를 개선해야 할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지난 언론중재법 논란을 통해 확인된 결론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며, 정부·언론·시민사회 차원의 다층적 접근과 자율 기반 협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혐오·차별로부터 보호하는 공동체적 대응을 통해 사회 통합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언론·표현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계엄을 막아내고, '국민주권 정부'를 탄생시킨 광장의 목소리였다. 사회적 논의와 민주적 절차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입법을 밀어붙이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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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