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 부주의한 사람들
부주의한 사람들*
: 권력과 탐욕, 그리고 잃어버린 이상주의에 대한 경고의 이야기
미국에서도 한국의 n번방 사건과 유사하게, 성착취 플랫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의회 청문회가 열린 적이 있다. 2024년 1월 31일, 미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 청문회에서 그레이엄 의원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뒤 자살한 청소년의 가족’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마크 저커버그는 “피해자 가족이 우리를 고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미국 통신품위법 제230조의 면책 규정 때문에 실제로는 소송이 불가능했다. 작년에 이 청문회 기록을 읽으며 참담함을 느꼈는데, 올해 메타의 내부고발자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해 읽게 되었다.
사실, 메타는 이 책의 출간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출간 전부터 워싱턴 포스트 서평 담당자에게 ‘서평 계획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재판을 통해 ‘퇴직 합의서상 비방 조항 위반’을 이유로 저자의 책 홍보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사회적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표현의 자유가 그토록 보장된다는 미국에서 홍보금지 소송까지 벌어지다니, 올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임이 분명하다.
책 제목의 ‘부주의한 사람들(Careless People)’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물건들과 생명체들을 박살내고는 자신들이 만든 엉망진창을 다른 사람들이 치우도록 내버려두는 부주의한 사람들”로 톰과 데이지를 묘사할 때 사용된 표현이다. 윈-윌리엄스는 21세기의 톰과 데이지, 즉 마크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를 이 책에서 지목한다.
윈-윌리엄스는 뉴질랜드 외교관 출신으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페이스북에서 글로벌 공공정책 업무를 수행했다. 어린 시절 상어에게 공격당한 에피소드부터, 페이스북에 없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입사한 과정까지 책의 전개는 매우 흥미롭다. 그녀는 페이스북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으로, ‘아랍의 봄’ 등 페이스북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에 합류했다. “내 인생 최고의 정치적 도구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될 줄 몰랐다”며 열광했던 그녀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등으로 인해 “희망적인 코미디로 시작해 어둠과 후회로 끝난” 경험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저커버그와 샌드버그가 점차 변모하는 모습이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드러난다. 윈-윌리엄스는 7년간 그들과 함께 한 과정을 “초능력과 불경스러운 양의 돈을 받은 14살 아이들 무리가 전 세계를 제트기로 돌아다니며 권력이 무엇을 사고 가져다주는지 알아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같았다”라고 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페이스북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거짓말과 축소로 일관했던 내부의 모습이다. 중국 진출, 2016년 미 대선 지원, 감정 타겟팅,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과정에 대한 묘사는 특히 충격적이다.
페이스북은 중국 투자를 위해 중국 공산당을 위한 검열 도구를 개발하고, 망명 중국인 활동가 궈원구이의 계정을 차단했다. 또한 라이선스 없이 가짜 주소를 사용해 Moments, Flash, Boomerang, Layout, Hyperlapse, MSQRD 등 여러 앱을 은밀히 중국에서 출시하며 불법 사업을 벌였다. 특히 궈원구이 계정 차단에 대해 페이스북은 “자동화된 시스템의 우연한 오류”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2016년 미 대선 과정에서도 페이스북은 트럼프 캠프를 지원하며, 직원들을 파견해 “허위정보, 선동적 게시물, 모금 메시지로 가득한 맞춤형 광고”로 유권자들을 마이크로 타겟팅했다. 내부에서는 2016년 미 대선을 ‘페이스북 대선’이라 부르며, 다른 어떤 선거보다도 이 선거를 지배하려 했다.
2017년에는 페이스북의 감정 타겟팅이 폭로됐지만, 페이스북은 여전히 허위 해명으로 일관했다. 윈-윌리엄스는 감정 타겟팅의 심각성을 폭로한다. 페이스북은 13~17세 청소년들이 ‘무가치하다’, ‘불안하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실패자 같다’고 느끼는 순간을 탐지해 광고를 노출시켰다. 특히 13~17세 소녀들이 자신의 사진을 삭제하는 순간을 추적해, 극단적 광고나 미용 광고를 집중적으로 노출했다.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경영진은 “페이스북은 감정 상태에 기반한 타겟팅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거짓 성명을 냈다. 이후 영국의 10대 소녀 몰리 러셀이 ‘feeling worthless’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게시물을 저장한 뒤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worthless는 페이스북이 타겟팅에 사용했던 단어였고, 소송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사태에서도 페이스북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이 책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미얀마는 저커버그의 Internet.org가 어느 정도 실현된 유일한 국가로, 모바일폰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거의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사용했다. 현지 통신사들과 계약해 휴대폰에 페이스북을 미리 설치하고, 페이스북 사용 시간은 통신요금에 포함되지 않게 했다. 즉, 미얀마에서 ‘인터넷을 쓴다’는 것은 곧 ‘페이스북을 쓴다’는 의미였다. 2014년 4월, 로힝야족을 겨냥한 혐오발언이 유포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콘텐츠 팀은 “새로 고용한 버마어 계약직이 있으니 괜찮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불교도 여성이 무슬림 남성 찻집 주인에게 강간당했다”는 허위 정보가 유포되고, ‘버마의 빈라덴’이라 불리는 불교 승려 아신 위라투가 이를 공유해도 즉각 삭제되지 않았다. 윈-윌리엄스가 게시물 삭제를 요구했을 때, 더블린에 있는 단 한 명의 버마어 계약직은 연락이 닿지 않았고, “15분 후 집에 가서 PC를 켤 수 있다”거나 “업무용 노트북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학살이 벌어지는 데 이러한 혐오 표현들은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사적 기업이 어디까지 공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메타는 위험한 관행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 중 하나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처럼 거대한 기업을 제대로 규제할 기관조차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윈-윌리엄스는 “소셜 미디어에서 시작된 무책임함이 이제 AI라는 더 위험한 기술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윈-윌리엄스는 수년간, 때로는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결국 흐름을 따랐던 ‘부주의한 사람들’ 중 한 명일 수 있다. 하지만 법적 협박에도 불구하고 거대 기업 내부를 이토록 적나라하게 폭로한 내부자로서 그녀의 용기는 충분히 의미 있다. 더 많은 내부자가 용기를 내 조직 내부의 진실을 말할 때, 우리는 빅테크의 문제를 제대로 다룰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부주의한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엉망진창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은 ‘위대한 개츠비’ 시절에도, 지금에도 변함없이 필요한 일이다.
*Careless People: A Cautionary Tale of Power, Greed, and Lost Idealism (Sarah Wynn-Willi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