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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올해 극장을 몇 번 가셨나요?

PCMR 2025. 6. 27. 17:41

올해 극장을 몇 번 가셨나요?

김동원(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저는 극장에 종종 가는 편입니다. 1년에 6~7편 정도는 보는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나 티빙 같은 OTT 영화도 자주 보지만 신작 영화가 나왔을 때는 빨리 보고 싶거든요.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코로나19 거리두기 정책으로 극장에 가기 힘들었던 때를 제외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최근 극장에 가면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낍니다. 
 
극장 로비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매점에 줄을 선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상영관에 들어가면 화재가 났을 때 비상구를 안내하던 안전 요원도 사라졌고요. 티켓을 체크하는 직원 수도 많이 줄어 ‘자율입장’이라는 표지판을 종종 봅니다. 제가 가는 극장만 그런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정말 영화 관객이 줄었어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누적 관람객수, 그러니까 영화 티켓판매량으로 계산한 관객수를 보면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KOBIS.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통계). 2016년 2억 1천 명이던 관객수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2억 2천 명으로 정점을 찍었는데 2년 동안 약 6천 명대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끝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관객수는 1억 2천 명이니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준 것이지요. 
 


극장의 티켓 매출액도 크게 줄었습니다.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을 때는 2021년으로 1조 9천억 원을 기록했는데 2020년에는 5천억 원으로 역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2024년에는 약 1조 2천억 원의 매출이 나왔는데 코로나19 이전 매출액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극장을 가는 사람들이 줄어든 이유는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일까요? 상영 편수만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코로나19 이전 2018년에는 3,189편, 2019년에는 3,099편이 상영되어 2004년 이래 가장 많은 영화가 상영됐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3천 편이 넘는 영화가 상영됐지요. 그렇다면 스크린에 올라온 영화들은 많았지만, 오랫동안 스크린에 머무른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스크린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우리나라 스크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3대 멀티플렉스, 극장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매출 변화를 알아보겠습니다.

멀티플렉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멀티플렉스의 매출이 정점을 찍은 때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입니다. 그 해에 극장CGV는 1조 9천억 원, 롯데 시네마는 7천억 원, 메가박스는 3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여기서 매출액은 티켓 판매액뿐 아니라 매점, 광고, 장비대여 등의 매출이 포함된 액수라 위 티켓 판매액만 매출로 계산한 [그림1]의 그래프와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아래 그래프처럼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2019년 이전까지 정확한 매출액이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코로나19 기간 멀티플렉스 세 곳의 매출은 그야말로 급전직하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출을 보면 롯데시네마는 2023년 5천6백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코로나 이전 시기만큼 회복을 못 하고 있습니다. 메가박스도 2023년과 2024년 두 해 동안 코로나 이전 시기 매출액에 약간 못 미치고 있습니다. 독보적인 매출 실적을 올린 곳은 극장CGV입니다. 이곳은 2024년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매출인 1조 9천5백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극장CGV가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제치고 한국 극장의 독점 사업자가 되지는 않을까요? 

2022년 이후 극장의 수익 구조는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멀티플렉스들은 기존의 아이맥스(IMAX)와 돌비 시네마 영화관뿐 아니라 4DX, 스크린X, 4DX스크린(울트라 4DX), 메가MX4D, 슈퍼MX4D 등 티켓값이 비싼 특별관을 늘리고 있습니다. 배우가 아닌 가수나 그룹의 팬덤을 이용하여 공연실황 영화를 상영하거나 프로야구 경기를 스크린으로 생중계하는 극장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영화제 수상작이나 고전영화를 재개봉하여 관객을 극장으로 ‘초대’하는 마케팅도 이제는 안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극장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올까요? 2019년 마블씨네마틱유니버스(MCU)의 결말이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같은 블록버스터의 시대를 또 기다려야 할까요?

멀티플렉스에서만 영화 관람을?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어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 주위 분들은 신작 영화가 개봉하면 ‘언제 OTT에 올라올까?’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고 합니다. 어느덧 극장은 거실의 소파보다 편하지 않은 자리가 됐고, 상영시간에 맞춰 하루 시간을 비워야 하는 번거로운 곳이 된 것은 아닐까요? 고화질의 대형 스크린과 잘 만들어진 사운드에 대한 매력, 무엇보다 누군가와 함께 극장을 가는 경험은 점점 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멀티플렉스는 여전히 상업영화를 선호합니다. 소수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여전히 찾기도 힘든 작은 영화관에서 상영하거나 멀티플렉스 스크린 중 한두 개에 관람이 힘든 시간에 상영하지요.

OTT 영화 시청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영화를 누군가와 함께 본다’는 경험을 할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나 지역의 작은영화관은 전국 83곳에 그쳤던 2020년에 비해 2024년에는 136곳으로 늘어났습니다. 물론 경영이 힘들고 많은 관객이 찾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가 꺼려하는 좋은 영화들을 이런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작은영화관과 전용관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지만 이런 극장들을 공영 극장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요? 사라지는 극장을 아쉬워하기보다 영화를 함께 보는 경험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위 그래프는 각 멀티플렉스가 속한 기업의 전자공시를 참조했습니다. 롯데시네마는 지금까지도 롯데쇼핑(롯데컬처웍스)의 영화상영업 부문 매출로, 메가박스는 중앙그룹 계열사인 콘텐트리중앙(현재 중앙피앤아이)의 종속기업 매출로 공시하며 2019년 이전 정확한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