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EBS, 중국 혐오 콘텐츠로 유튜브 조회수만 챙기면 되나?
[성명]
EBS, 중국 혐오 콘텐츠로 유튜브 조회수만 챙기면 되나?
공영방송, 그중에서도 교육방송이 중국 혐오를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다면 믿을 텐가.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EBS에서 벌어지고 있다. EBS 유튜브 채널에서 최근 올라온 중국 관련 콘텐츠들은 누가 보더라도 위험하다. 우리는 EBS에 유감을 표하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한다.
교육방송 EBS 유튜브 채널 EBSDocumentary(EBS다큐)에 지난 13일, ‘오늘도 칼부림이다. 대림동에서 벌어지는 조선족 범죄의 모든 것|한국 경찰 무서운 줄 모르는 중국인들의 난동|사선에서|#골라듄다큐’이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업로드됐다. “칼부림”이라는 강력범죄를 뜻하는 말에 한국 내 위험수위에 다른 ‘대림동’, ‘조선족’이라는 용어를 더했다. 제목에서부터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해당 콘텐츠는 업로드 단 이틀 만에 129만 회라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6,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 대부분은 중국과 관련한 허위정보들이 난무했고 “추방하라”, “실탄을 사용하라”는 차별적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게 공영방송의 콘텐츠 유통방식인가.
EBSDocumentary(EBS다큐)는 EBS 종영프로그램 <사선에서>를 재편집해 업로드 중이다. EBS가 과거 제작했던 다큐멘터리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 EBS는 그동안 고품질의 다큐멘터리를 제작·유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도 고민은 필요하다. 프로그램이 제작됐던 과거의 기준과 현재 한국 사회에서 요구되는 기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에 업로드 중인 ‘사선에서’는 위험하다.
EBS <사선에서>에서 방영된 ‘밤의 파수꾼, 기동순찰대’ 편(2015년 10월 29일)은 어땠나. 그해 새로 발족한 영등포 경찰서 기동순찰대를 조명한 콘텐츠였다. 해당 편에서는 기동순찰대원들이 ‘행인 간에 벌어진 폭행 현장’과 ‘술에 취해 길에 누워 있던 인명 구조 현장’, ‘출동한 경찰까지 폭행하는 주폭자 체포 현장’, ‘유기견 구조 현장’, ‘지하철역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한국인 남성을 제압하는 현장’ 등 다양한 사건 현장을 찾은 모습이 담겼다. 물론 이중 다수는 한국인들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하지만 유튜브로 재편집될 때 대림동에서 발생한 조선족 범죄를 전면으로 내세웠고 제목 또한 그렇게 작성됐다.
EBS가 이 다큐를 유튜브에 유통해가는 전개 과정은 더욱 심각하다. EBS <사선에서> ‘밤의 파수꾼, 기동순찰대’편은 지난 2020년 7월 10일 EBSCulture(EBS 교양)채널에 업로드되어 416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밤의 파수꾼 기동순찰대’라는 원제만 붙였고, 현장에 첫발을 들인 신임대원을 부각했다. 반면, 2024년 8월 EBSDocumentary(EBS다큐)에 재업로드할 때는 ‘범죄도시 실제 배경, 조선족들의 성지, 대림동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조선족과 대림동에 초점을 맞췄다. 재업로드에서도 150만 건이 넘게 조회수가 나오자 EBS는 8개월 만에 다시 세 번째 업로드를 감행했다. 이번에는 ‘오늘도 칼부림이다. 대림동에서 벌어지는 조선족 범죄의 모든 것’이라며 더욱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다. 더 높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국인 혐오를 자극하고, 반중정서를 부추겼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위 콘텐츠만의 문제도 아니다. EBSDocumentary(EBS다큐)에서 ‘중국’ 관련해서는 일관된 흐름이 존재한다. 지난달 27일에 업로드된 ‘잡고 보니 전부 외국인이다.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신림동 노래 주점에서 도난 카드로 술 마시다가 붙잡힌 조선족 남성의 결말|신림동 일대에서 발생하는 중국인 강력 사건들’이 업로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콘텐츠들 또한 높은 조회수와 혐오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현재 어떤가. 전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원인으로 ‘중국에 의한 주권침탈’을 거론하며 한국 사회에 퍼져 있던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허위정보에 기반한 반중 혐오 정서가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다. 중국인에 대한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실질적인 폭력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그만큼 반중정서는 한국 사회 내 민주주의를 어느 때보다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미디어에 강하게 주어지는 책무는 커뮤니티와 인터넷에 난무한 중국에 관한 허위정보를 걸러내고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
그에 비해 EBS 유튜브 채널 EBSDocumentary(EBS다큐)은 어떠한가. 교육방송 EBS는 법적으로 국민의 평생교육과 민주적 교육발전을 위해 이바지하라는 특수한 목적을 부여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타민족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콘텐츠를, 그것 혐오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재편집해 올리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회수만 얻으면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EBS가 혐오로 돈을 버는 극우 유튜버들과 다를 게 뭔가.
EBS는 문제가 된 건 유튜브 채널이니 무관하다고 발을 뺄 것인가. 당연히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우리는 유튜브 채널 EBSDocumentary(EBS다큐)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 혐오 콘텐츠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그리고 EBS가 책임 있는 자세로 해당 콘텐츠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4월 17일
각색교사모임,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경기이주평등연대, 광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 난민인권센터, 대경이주연대회의, 무지개인권연대, 민주노총 경주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언론개혁시민연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민정책교육네트워크,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민센터친구, 전교조서울지부 중등남부지회, 트랜스보더링랩(Trans-boder-ing Lab),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총18개 단체, 가나다 순)
*EBSDocumentary(EBS다큐) 측은 해당 성명에 대해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오늘도 칼부림이다. 대림동에서 벌어지는 조선족 범죄의 모든 것|한국 경찰 무서운 줄 모르는 중국인들의 난동|사선에서|#골라듄다큐’ 콘텐츠를 비공개처리했다. 하지만 EBS 유튜브에 여전히 '범죄도시 실제 배경, 조선족들의 성지, 대림동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영등포 기동순찰대|사선에서|#골라듄다큐'가 남아있는 상태이며, 반중정서를 부추기는데 과거 영상을 활용하고 있는 그 맥락은 변함이 없다고 판단한다. EBS는 문제적 콘텐츠를 비공개 처리로 끝내는 게 아니라,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