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논평] “편파방송 종결자”는 KBS 사장 자격이 없다.

PCMR 2013. 9. 10. 17:25
[논평] “편파방송 종결자”는 KBS 사장 자격이 없다.
 

KBS 이사회는 어제(9일) 새 사장 후보자로 길환영 씨를 선출했다. KBS 이사회는 1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길 후보자의 임명제청을 요구한다.
 
KBS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KBS 구성원과 국민들의 기대를 처참하게 짓밟은 폭거다. 길환영 씨는 KBS 안팎에서 부적격 1순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그는 콘텐츠본부장 시절 노골적인 정권부역 행위로 후배들에게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았고, 심지어 “편파방송 종결자”란 조롱까지 들었던 자다. 우리는 이런 부적격자를 KBS 사장 후보로 밀어붙인 여당 측 이사들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KBS 이사회의 태도다. 그들은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 과정에 정부 여당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표적인 정권부역자를 KBS 사장 후보자로 선출했다. 최소한의 염치가 있거나,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여당 측 이사들의 후안무치는 이 뿐만이 아니다. 낙하산 사장을 차단하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KBS 사장 선출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은 여야 할 것 없이 받아들인 사회적 합의사항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후보마저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의 투명성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KBS 여당 측 이사들은 사회적 합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장 선출 과정을 졸속으로 해치웠다. KBS 이사회는 별도의 서류심사도 없이 후보자 1명당 평균 30분씩의 면접만을 치르고 사장 선출을 일단락했다.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야당 측 이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특별다수제’ 도입을 수용하기는커녕 제 입으로 제안한 ‘국민 의견 청취’ 등의 기본적인 절차마저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쳤다. 오로지 짜인 각본에 따라 거수기 역할만 수행하며, 초등학생 반장선거만도 못한 한심한 작태를 벌였다.
 
KBS 이사회는 공영방송 관리, 감독의 주체로서 더 이상 자격이 없음이 명백해졌다. ‘비리투성이’ ‘독재 나팔수’ 이사장을 비롯해 출세에만 눈이 먼 권력의 충견들은 당장 KBS를 떠나야 한다. 특히, 강단에서만 공영방송의 독립을 외치는 양심불량 언론학자들은 제자들 보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피 같은 수신료를 축내지 말고 공영방송에서 나가라.
 
우리는 이 불행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KBS 구성원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주길 바란다. MB 정권 아래 KBS의 독립성이 무참히 짓밟힌 가운데도 수많은 국민들이 KBS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건 KBS 구성원들의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사장 선출 과정에서 야당 측 이사들이 ‘국장추천제’를 제기했다고 하나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답은 하나다. KBS 새 노조가 말한대로 ‘편파방송 종결자는 KBS 사장의 자격이 없다!’ KBS 구성원들이 앞장서 이 원칙을 지킬 때 국민들의 지지가 여의도로 모일 것이다. 언론연대는 KBS 구성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12년 11월 10일
언론개혁시민연대